[MBN스타 금빛나 기자] ◇ 근시사회 =우리 전작 ‘석유의 종말’과 ‘식량의 종말’에서 명쾌한 분석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폴 로버츠가 ‘근시사회’를 통해 개인의 성격적 결함에 불과했던 충동성이 사회 전체를 파괴적 결말로 몰아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근시사회’는 현대인들이 왜 막대한 가계 부채와 각종 중독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지, 기업 활동을 가능케 하던 주식 시장이 어떻게 시장 경제를 좀먹고 있는지,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망치는지를 고발하는 한편, 그것을 막을 현실적인 대안들을 제시한다. 날카로운 통찰로 우리 사회의 모순을 심도 있게 해부한 이 책은, 언뜻 불합리해 보이는 사회현상을 꿰뚫어볼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을 선사한다.
폴 로버츠는 문제의 열쇠를 산업 생산량 증가에 따른 소비자 경제의 발전, 나르시시즘이 판을 치는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요약되는 디지털 혁명 등에서 찾는다. 순간적 만족의 쳇바퀴를 굴리다 나떨어질 것인가 아니면 영속적이고 장기적인 행복을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할 것인가?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폴 로버츠는 ‘근시사회’에서 나르시시즘의 대두, 사회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정치적 양극화 등 언뜻 관련 없어 보이는 여러 가지 사회 병폐를 근시안성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묶어 명쾌하게 설명했다. 모두가 순간적 만족의 늪에서 허우적댈 때 ‘근시사회’는 좌파와 우파라는 틀에서 벗어난 새롭고 활기찬 흐름을 통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효용을 추구하는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폴 로버츠 지음. 김선영 옮김. (주)민음사. 392쪽. 18000원.
◇ 무너진 세상에서 =‘살인자들의 섬(셔터 아일랜드)’ ‘미스틱 리버’로 독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작가 데니스 루헤인이 ‘무너진 세상에서’로 돌아왔다.
‘무너진 세상에서’는 ‘운명의 날’ ‘리브 바이 나이트: 밤에 살다’에 이은 커글린 가문 3부작의 완결편으로, 노사, 인종, 남녀 갈등의 정점이던 1919년 미국 보스턴의 사상 최대 경찰 파업을 다룬 역사소설로서 높이 평가받았다.
‘리브 바이 나이트: 밤에 살다’는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 어둠의 세계인 갱 조직을 사실적이면서도 흡인력 있는 스릴러 소설로 담아내어 호평을 받았다. ‘무너진 세상에서’는 다시 한 번 비정하면서도 잔인무도한 갱 조직의 이야기를 무대로 하고 있으며, 전작에 이어 커글린 가문의 막내아들 조 커글린의 파란 만장한 삶이 펼쳐진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작품을 쓴 데니스 루헤인에 대해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가 장 세련된 미국 소설가”라는 극찬을 하였으며, 조 커글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리브 바이 나이트’도 2017년 봄 대작 영화로 개봉 예정이다.
데니스 루헤인은 미국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는 느와르 작가이다. 에드거 상, 셰이머스 상, 앤소니 상, 배리 상 등 굵직한 추리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였으며, 출간작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특히 영상미 넘치는 묘사와 잘 짜인 구성, 개성 넘치는 캐릭터 때문에 할리우드에서 최근에 가장 주목받는 작가이기도 하다.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이 가진 매력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놀라운 흡인력, 문학도이자 문학 강사로서 익힌 탄탄한 글솜씨와 사회 문제에 대한 예리한 시선이다. 또한 등장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심리 묘사와 독자들을 당혹케하는 반전, 잇따라 터지는 사건 등은 독자들이 잠시라도 눈을 돌릴 틈을 없게 만든다.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황금가지. 416쪽. 13000원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