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오페라 ‘투란도트’가 뮤지컬의 옷을 입었다. 국내 크리에이티브팀이 만든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원작과의 차별을 위해 중국 베이징이라는 배경을 바다 속 신비의 땅 오카케오마레로 변경했으며, 오페라의 아리아는 친숙한 멜로디의 넘버로 바뀌었다.
‘Made in 대구’로 지방에서 창작돼 서울로 올라온 뮤지컬 ‘투란도트’는 배우들의 열연과 이른바 ‘넘버 깡패’로 불릴 정도로 잘 만들어진 노래를 앞세우며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엄밀히 말해 ‘투란도트’는 잘 만든 뮤지컬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판타지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라지만 용궁이라는 설정은 자칫 아동극의 느낌을 줄 수 있으며, 지느러미를 형상화 한 앙상블들의 프릴장식은 촌스럽고, 5년이라는 제작과정을 거쳤다고 하기에 무대장치 또한 아쉽고 부족하기만 하다. 어쩌면 이미 작품에 대한 눈이 높아진 관객들에게 ‘투란도트’는 과거에 만들어진 예스러운 작품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결론부터 말해 현재 뮤지컬 ‘투란도트’에서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문제는 바로 ‘비주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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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원작이 되는 오페라 ‘투란도트’는 사실 뮤지컬로 만들기에 녹록한 작품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이 강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망국의 왕자 칼라프가 투란도트 공주의 미모에 반해 목숨을 건 수수깨끼를 하는 점, 얼음처럼 차가운 투란도트가 시녀 류에게 고문에 가까운 시련을 준다는 점, 그리고 짝사랑하는 칼라프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류 등 스토리만 놓고 봤을 때는 자극적인 내용들이 강해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강하게 나뉘기도 한다.
오페라 ‘투란도트’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먼저 미완성으로 끝난 푸치니의 유작이었으며, 낯선 문화권의 이질적 성격을 부각시키면서 남성적 드라마의 선 굵은 성격을 살린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투란도트’와 관련된 흥미로운 스캔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 당시 가엾게 죽은 류를 본 많은 관객들이 실존했던 한 인물을 떠올렸다는 점이다. 그는 푸치니의 하녀였던 도리아 만프레디였다.
1909년, 엘비라는 푸치니가 어린 하녀인 도리아 만프레디와 관계를 맺었다고 하며 남편인 푸치니를 비난했고, 도리아를 ‘창녀’라고 욕하며 때렸다. 참다못한 도리아는 견디다 못해 하녀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갔지만, 엘비라는 지속적으로 그를 비난했고 결국 도리아는 스물여덟 스스로 눈을 감았다. 도리아 가족들은 그녀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요청했고, 부검 결과 도리아는 처녀로 판명된다. 푸치니의 스캔들을 접한 이들은 자연스럽게 류의 모습에서 불쌍하게 죽어간 하녀를 떠올렸고, 이는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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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뿐 아니라 작품 외적인 흥행요소를 가지고 출발을 했던 오페라 ‘투란도트’와 달리, 뮤지컬 ‘투란도트’는 열악한 환경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오페라를 원작으로 한다는 점 외에는 관객들의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적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작사 또한 뮤지컬 전문 컴퍼니도 아니고 공공기관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였다.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아 만들기 시작한 ‘투란도트’는 매번 금전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난항을 겪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 속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고치면서 5년 동안 버텨온 ‘투란도트’였지만 그럼에도 현실적인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러한 ‘투란도트’가 본격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서울공연이 확정되면서부터였다. 대구에서 서울로 오면서 새로운 넘버를 추가하면서 전개의 개연성을 높였으며, 가장 많이 지적됐던 의상을 비롯해 안무를 수정했고, 소품과 무대의 변화를 꾀하며 큰 무대를 채우고자 했다.
애석하게도 이 같은 노력을 거쳤음에도 ‘투란도트’는 여전히 볼거리가 부족하다. 최선을 다했다고 하나 무대의 완성도는 떨어지며, 그로 인해 배우들의 동선은 단순하다. ‘투란도트’의 대표곡이자 칼리프 왕자가 자신의 이름을 투란도트 공주에게 알리기 전날 밤 부르는 ‘부를 수 없는 나의 이름’에서는 왜 굳이 칼리프 왕자가 이동식 무대 위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종합예술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안무, 무대미술, 장치 등 모든 것이 합을 이뤄야 제대로 빛이 나는 무대라는 것이다. 현재의 ‘투란도트’는 ‘들을 것’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에만 의존하고, ‘볼 것’은 전혀 준비되지 못했다. 단기성 프로젝트가 아닌 장기공연으로 가기 위해서는 비주얼 강화는 필수다.
한편 뮤지컬 ‘투란도트’는 3월13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