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배우 김지현과 윤나무가 연극 ‘올모스트 메인’에서 연인으로 만났다. 갑작스럽게 기승을 부린 꽃샘추위로 웅크릴 법 하건만, 추위도 한 번 터진 이들의 수다를 가로막을 수는 없었다.
김지현과 윤나무가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는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미국 가장 북동쪽에 위치한 메인주, 지도에 나오지 않는 가상의 마을 올모스트에서 벌어지는 서로 다른 아홉 가지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다. 무대가 아닌 일상 속에서 만난 김지현과 윤나무는 오로라가 아름다운 올모스트 마을의 주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였다. 작은 농담에도 호탕하게 웃는 이들의 모습 속에는 소박함과 솔직함이 녹아 있었으며, 때때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성숙한 사랑의 모습 또한 엿볼 수 있었다.
현재 대학로에서 잘 나가는 배우이자, 바빠도 너무 바쁜 김지현과 윤나무가 연극 ‘올모스트 메인’에서 만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본이 전해주는 따뜻함과, 함께 하게 된 동료 배우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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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모스트 메인’은 예전에도 재미있게 연기를 했던 작품이에요. 언젠가 다시 하고 싶었는데, 2016년 ‘올모스트 메인’ 출연 라인업을 보니 이번에 안하면 절대 다시 못하겠다 싶더라고요. 좋아하는 동료와 후배들, 함께 하고 싶은 이들을 모두 모아놓은 것예요. 대본도 워낙 좋아하고, 그래서 덕분에 연습도 재미있게 했어요. 판타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현실도 아니고, 리얼과 판타지가 묘하게 속해있는 작품, 마냥 말랑말랑하지만은 않은 로맨스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전 매우 좋더라고요.” (김지현)
“작품이 좋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고요. 참 신기한 것이 연기를 하다보면 민준호 연출을 만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작품이 들어와요. 좋은 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하면서 민준호 연출의 디렉션을 받을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지현누나와 연기하게 됐는데, 두 번 생각 안하고 ‘하겠습니다’ 했죠. (웃음)” (윤나무)
2015년 김지현과 윤나무의 만남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부터 시작됐다. 이후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하 ‘한밤개’) ‘올모스트 메인’에서 만나면서 계속해서 연기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많은 작품을 했지만, 러브라인이 이어진 것은 ‘올모스트 메인’이 처음이다. ‘카포네 트릴로지’에서는 복수의 대상으로 ‘한밤개’에서는 사제지간으로 만났던 것이다. 비록 ‘올모스트 메인’의 아홉 가지 에피소드 중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에피소드는 ‘HER HEART’ 뿐이지만, 그럼에도 윤나무는 “연달아서 함께 함께 출연을 나라를 구한 느낌이다. 정말 배우로서 꿈을 이뤘다”고 너스레를 떨며 김지현의 팬임을 자연스럽게 인증했다. 윤나무의 너스레로 인터뷰의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졌으며, 한번 터진 웃음은 멈출 줄 몰랐다.
“지현누나랑 함께 하는 소감이요? 어휴 연예인과 만나는 심정이랄까요.(웃음) 사실 저 대학시절 때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당시 주인공이 지현누나였어요. 학생신분으로서 저런 배우가 있나 싶을 정도로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런 누나와 함께 공연을 하는 거잖아요. 신기하죠. 재미있기도 하고. 누나는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에요. 애를 쓰지 않아도 연기에서 진심이 느껴져요. 공연이 길어지면 잘 맞던 사람들도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고 때로는 ‘쉽게쉽게’ 넘기고 싶은 유혹이 생길 수도 있는데, 누나는 모든 것을 노련하게 소화해 나가요. 에피소드가 어느 길을 가야하는 지를 알고, 길을 잘 잡아나가니…누나 사전에 ‘매너리즘’이라는 단어는 없는 단어 같아요.”(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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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토리피 |
오는 칭찬이 있으면 가는 칭찬도 있는 법. 윤나무의 칭찬이 끝나자마자 윤나무를 향한 김지현의 칭찬이 이어졌다.
“아무리 연습 때 헤매고 어려워해도, 나무는 무대 위에 올라가면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를 만들어 놓는 배우에요. ‘한밤개’ 같은 경우는 리딩할 때 이미 ‘역시 윤나무! 벌써 다했네’했죠. 이번 ‘올모스트 메인’ 때 힘들어 했었는데, 그래도 무대에 오면 모든 것이 준비완료 돼 있죠. 나무는 스스로 감정이나 그런 것을 꾸며내지 못하는 친구라 모든 연기에 설득력이 있어요. 정말 연기를 잘하는 후배고, 나무를 볼 때마다 ‘역시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다 해내고 있구나’ 싶어 대견하기도 하죠.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에요.”(김지현)
‘올모스트 메인’은 결혼기념일을 맞아 오붓하게 둘 만의 시간을 가져보려 하지만 속마음과 달리 서로에게 짜증만 내는 젊은 부부이야기를 에피소드 ‘HERE IT WENT’ 10년 넘게 만난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청혼을 하지 않자 결국 서로에게 준 사랑을 돌려받고 끝내자고 선언하는 여자를 그린 에피소드 ‘GETTING IT BACK’ 등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나 자신 또는 내 친구들처럼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은 아홉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과거에 경험했던 사랑, 지금 현재진행중인 사랑, 앞으로 꿈꾸는 사랑 등 한 가지의 사랑이 아닌 복잡하고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를 그려냄으로써, 관객들의 공감대와 감성을 동시에 이끌어 낸다.
‘올모스트 메인’을 통해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접하고 있는 김지현과 윤나무, 이들이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에피소드는 무엇일까.
“저는 부부가 스케이트를 타러 갔다가 다투고 돌아서는 ‘HERE IT WENT’ 에피소드가 마음에 와 닿아요. 처절하게 현실적이거든요. 어린 시절 한 번쯤 보았을법한, 엄마와 아빠가 싸웠던 모습인 것 같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남자와 여자의 서로 다른 사고 자체를 다룬 극인 것 같기도 해요. 남자와 여자의 사고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죠.”(윤나무)
“모든 에피소드가 좋아요. 2년 전에는 나무와 같이 ‘HERE IT WENT’가 좋았는데, 막상 처절한 사랑을 연기를 하니 되려 심장 깨지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HER HEART’가 좋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판타지가 진지하게 전개가 되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남녀의 마음이 진실 되게 닿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감동적이더라고요. ‘GETTING IT BACK’ 에피소드도 참 사랑스러운 것 같아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연인들이 해야 하는 것들과 이들의 관계가 예쁘게 들어있는 에피소드이기도 하고…무엇보다 프러포즈가 정말 예뻐요.”(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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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토리피 |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는 ‘올모스트 메인’에 만약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긴다면, 이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 예상치 못한 질문인 듯 잠시 고민에 빠진 이들은 최연소 커플과 최고령 커플의 사랑이야기를 꼽았다.
“꼬맹이들의 소꿉놀이들 하듯 풀어놓는 사랑이야기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그 내용이 가볍지 않은, 그 안에서 틀어지고 오해가 생기고 슬퍼하고 꼬맹이들의 묘한 사랑이야기를 나누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김지현)
“저는 그 꼬맹이들을 손주로 둔 노년의 사랑도 괜찮을 것 같아요. 각자의 배우자와 사별하고 남은 두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어찌됐든 애나 어른이나 사랑의 형태는 다 비슷한 것 아니겠어요.” (윤나무)
‘사랑’을 이야기하는 두 배우에게 사랑에 대한 정의를 부탁했다. 이에 윤나무는 ‘신뢰’라고 말하며 “뭘 하든 간에 믿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김지현은 ‘배려’를 꼽으며 “사랑은 희생하는 것이다. 배려가 따르지 않으면 긴 연애를 사랑으로 이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서로 비슷한 듯 다른 사랑의 정의를 가지고 있는 두 남녀, 사랑에 대한 명확한 생각은 있지만 정작 멜로연기와 거리가 멀다. 그래도 ‘스피킹 인 텅스’ ‘만추’ 등을 통해 멜로와 접했던김지현과는 달리 윤나무는 특히나 멜로감성과 거리가 멀었다.
“브로맨스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많이 생기다보니 어느덧 여자와 연기하는 것이 어색하더라고요. 사실 꼭 사랑이 어니어도 괜찮아요. 관계에 대한 이야기, 짙은 사랑이야기도 좋고, 그냥 제 나이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 하고 싶어요.” (김지현)
“저는 사실 멜로를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정작 데뷔하고 나서 여자배우와 멜로를 한 적이 몇 안 돼요. 그렇다고 남자를 좋아하는 연기를 많이 한 것도 아니에요. 자폐연기라든지, 뭔가 강한 것들을 많이 했더라고요. 울기도 많이 울었고, 그러다보니 너무 마음이 건조해 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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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토리피 |
김지현과 윤나무는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스케줄을 소화하며 관객과 만나왔다. 무척이나 바쁘게 달려온 김지현과 윤나무에게 너무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정 반대였다. 김지현은 ‘올모스트 메인’ 이후 휴식에 대한 마음을 보인 반면, 윤나무는 하반기에 쉴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물론 좋은 작품이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를 남긴 것이다. 이에 김지현은 윤나무에 대해 “어느 날 연습하는데 70살 때까지 열심히 일하고 하와이가서 쉰다고 하더라”고 장난스럽게 폭로하기도. 물론 김지현의 말마따나 윤나무가 진짜 70살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작품을 향한 윤나무의 남다른 욕심을 엿볼 수 있었다.
“저는 공연도, 쉬는 기간도 모두가 딱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어요. 성격적으로 예민하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지 않는 성격인데, 작년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힘들더라고요. 연기 외적인 것들로 인해 피로도가 쌓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올모스트 메인’이 끝나고 한 달 보름 정도 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쉬고 난 이후에는 악녀를 연기하고 싶어요. 매력적인 악역있잖아요. ‘카포네 트릴로지’에서 루시를 해 본 결과 독한 캐릭터도 충분히 가능성 있더라고요.” (김지현)
“하반기에 잠깐 쉬고 싶기는 한데,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또 모르겠어요. (웃음) 가능하면 이제 제 나이 맞는, 제 삶과 비슷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재미있는 것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면 또 열심히 움직일 것 같아요.” (윤나무)
한편 김지현과 윤나무가 출연 중인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오는 5월1일까지 서울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