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근대극을 새롭게 하기 위해 살펴봤더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훌륭한 연극적인 어떤 업적이 있었습니다. 왜 우리는 우리의 작품을 등한시해 왔을까요.” (국립극단 김윤철 예술감독)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을 위한 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의 노력은 2016년에도 계속된다.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은 2014년 김윤철 예술감독이 국립극단의 신임 예술감독으로 부임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신임 예술감독 기자간담회 당시 “지속적으로 공연되는 서양 고전에 비해, 우리의 희곡은 무대화 할 기회를 얻지 못해 좋은 작품도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희곡을 발굴하고, 무대화하는 것이 국립극단의 소명 중 하나”라고 밝힌 김윤철 예술감독은 이후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를 기획해 2014년부터 꾸준히 우리의 근현대 희곡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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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는 ‘자기응시’를 통해 우리 사회와 개인을 돌아보고, 광복 70주년인 2015년에는 ‘해방’을 자축하면서 또 다른 ‘구속’을 경계하겠다는 주제로 이어져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는 2016년에 오면서 ‘도전’이라는 주제로 이에 가장 적합한 세 작품을 선정했다. 이번에 선보이게 된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는 이근삼의 ‘국물 있사옵니다’(연출 서충식) 김영수의 ‘혈맥’(윤광진 연출) 함세덕 작가의 ‘산허구리’(고선웅 연출)가 그것이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진행된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윤철 예술감독은 “왜 우리나라 연극인들은 한국에 작품이 없다고 하면서, 우리의 좋은 근대의 작품들을 왜 외면해 왔을까”며 “근대극을 새롭게 하기 위해 살펴봤더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훌륭한 연극적인 어떤 업적이 있더라. ‘국물 있사옵니다’ ‘혈맥’ ‘산허구리’ 모두 모든 것이 훌륭하게 갖춰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주제는 도전”이라고 강조한 김 예술감독은 작품선택의 기준에 대해 “과거로부터 아직까지 면면이 흘러오고 있는 핵심을 찾아보자 싶어서 이 세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작품소개에 들어갔다. 세 작품 중 제일 먼저 선보이는 ‘국물 있사옵니다’(4월6~24일)에 대해 “현시대와도 잘 맞고 희곡적으로 가장 탄탄한 희곡”이라고 소개하면서 “국립극단이 별로 하지 않았던 희극이다. 어두운 이야기를 많이 보여드렸는데, ‘국물 있사옵니다’라를 통해 처음으로 코미디라는 것을 하게 됐다. 저희로서는 도전이다. 물론 가벼운 코미디는 아니고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아픔을 수반하는 코미디”라고 정의했다.
두 번째 선보이는 작품은 ‘혈맥’(4월20일~5월15일)이다. 김 예술감독은 “한국의 리얼리즘을 완성한 작가 김영수의 대표작인 ‘혈맥’은 해방직후에 쓰여진, 한국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자 오늘의 우리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교과서 적인 작품”이라며 “근대극의 가치를 깨워준 작품이 이 극이다. 다시 한 번 한국 리얼리즘의 백미 ‘혈맥’을 윤광진 연출가와 연결을 시켜보자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월북작가 함세적의 처녀작 ‘산허구리’(10월8일~10월30일)이다. 국내 첫 초연무대이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고선웅의 경우 그동안 리얼리즘과 거리가 있는 연극을 주로 해 왔었다. 고 연출이 ‘산허구리’를 통해 리얼리즘 연출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욕망이 강하더라”며 “‘캐릭터 설정이나 언어 등 모든 것이 훌륭하게 갖춰진 작품이고 개인적으로는 고선웅연출의 도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물 있사옵니다’의 서충식 연출가는 작품의 연출방향에 대해 “처음은 블랙코미디, 마지막은 동시대 배금주의와 출세주의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투영될 것 같다”며 “만들고자 하는 목표는 ‘볼 때는 즐겁게 극장에서 떠날 때는 뭔가 생각할 수 있게’다. 이런 작품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해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번역극을 많이 했는데 항상 우리극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말한 윤광진 연출가는 “이번에 국립에서 이런 기회를 주셔서 ‘혈맥’을 연출하게 됐다. ‘혈맥’을 연출하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작품이 이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즐겁게 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산허구리’의 고선웅 연출가는 “작품을 읽고 난 첫 인상은 ‘써진 그대로 올리고 싶다’였다. 그동안 연극은 허구라고 믿고 살아왔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허구가 아니더라. 감동적이고 작품을 보면서 가슴 뜨거움을 느꼈다. 그래서 하고 싶었다”며 “문학적이고 좋은 작품이고, 인연을 맺게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