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두산아트센터는 매년 두산인문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높이고 있다. 2013년에는 ‘빅 히스토리: 빅데이터’ 2014년은 ‘불신시대’, 작년은 ‘예외’를 주제로 관객들과 만났고, 올해는 ‘모험’이라는 주제를 펼쳤다.
특히 오는 2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이하 ‘멜리에스 일루션’)은 작가 EG의 시도와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피사체를 촬영해 이미지로 만드는 시네마토그래피를 마술적 관점으로 다뤘던 영화감독이자 마술사인 조르주멜리에스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했는데, 스튜디오 건설과 조르주멜리에스 초기 영화에서 표현된 실험을 다뤄,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고, 입을 다물 수 없는 시간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 사진=두산아트센터 |
조르주멜리에스는 프랑스 출신의 미술사이자 영화감독으로, ‘달나라 여행’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트릭 영화를 주로 제작했다. 페이드아웃, 페이드인 등의 기술을 발견했으며, 세계 최초의 종합 촬영소 건립, 영화의 흥행 체제를 확립했다.
이에 작가 EG는 MBN스타에 “작품을 보기 전이나 보고 난 후 영화 ‘휴고’를 보시면 더 재밌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르주멜리에스에 대한 오마주인 작품이기 때문에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
하지만 ‘멜리에스 일루션’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규정지을 수 없는 장르일 뿐 아니라, 영화와 마술 등에 대해 재고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이면의 가치와 힘을 느끼게 한다.
‘스톱 모션(Stop motion)’ ‘프락시노스코프(Praxinoscope)’ ‘이중노출(Double exposure)’ ‘우로보로스(Ouroboros)’ 등 다양한 기법은 편집, 기억과 환상, 현실과 가상에 대해 끊임없은 상상을 이끌어낸다. 뿐만 아니라 모노드라마이자, 넌버벌 퍼포먼스지만, 관객과의 소통을 꾀해 생생하다. 처음에는 긴장감에 숨을 죽이고 봤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신기함은 미소가 되고, 미소는 박장대소가 된다.
“뤼미에르 형제는 시간을 기록하고 저장하는 것에 머물렀지만 조르주멜리에스는 시간을 편집하고 가공해 인간의 시간성을 초월한 새로운 예술로 탄생시켰다. 가상의 현실이 중첩된 미디어 시대에 사는 우리는 어떠한 시선과 태도를 가지고 사회와 관계 맺고 사유할 수 있을까” -구성/ 연출 EG
EG의 말처럼 뤼미에르 형제는 카메라와 영사기를 발명해 영화라는 장르를 탄생시켰고, 조르주멜리에스는 편집과정을 통해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켰다.
조르주멜리에스를 오마주로 한 ‘멜리에스 일루션’도 마찬가지다. 오마주로 했지만, 앞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와 실험으로 느껴보지 못한 상상력의 세계를 건드린다.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영상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각적인 효과들 앞에서, 사고할 수 있고 고찰할 수 있는 신선한 감흥을 전한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 되는 요즘, 연극이나 영화를 관람이나 감상이 아닌 구경을 하게 이 시대에 ‘멜리에스 일루션’은 역행을 감행한다. 이는 ‘멜리에스 일루션’이 지속되길 바라는 이유기도 하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