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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터 바이스 |
수천 년이 흘러도 예술은 오늘의 시대상을 증거한다. 역사가 반복되는 탓이다. 페터 바이스는 석벽에서 파시즘으로 물든 유럽의 공포, 이에 대한 저항의지를 발견했다. 페터 바이스(사진)의 소설 ‘저항의 미학’(문학과지성사 펴냄)이 한국을 찾았다. 집필기간만 10년이 걸린 대작으로, 원고지 6700매에 실존인물 700명의 삶과 죽음이 담겼다.
1937년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기 직전부터 1945년 세계대전 끝날까지, ‘나’가 겪은 경험과 의식이 소설을 채운다. 나치를 피해 체코에서 부모님을 만난 뒤 스페인 내전에서 보조사로 일하고, 전시가 불리해지자 파리로, 다시 스웨덴으로 거처를 옮기는 고군분투를 경험한 ‘나’는 동유럽을 전전하며 반(反)파시즘 저항운동에 가담하지만 결국 좌절한다.
파시즘에 맞서는 인간의 역사는,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쟁투의 몸부림이었다. 험로의 끝에는 절망이 기다리고 있을지언정. 역사적으로 저항하는 개인은 늘 한쪽에서는 외면을 당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현실적인 한계를 이유로 왜곡되곤 했다. 결국 소설 ‘저항의 미학’은, 폭압적인 이념에 맞서 인간이 이뤄온 것은 무엇인지, 또 쟁투 이후의 망각에 대해 준엄하게 묻고 있는 듯하다.
페터 바이스는 소설에 예술작품을 대거 배치시켜 반(反)인간성에 맞서는 인간의 의식을 비유해낸다.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대해 “찌그러지고 터진 몸뚱이들, 일그러진 얼굴들은 그 시대에 대한 증언이기도 했다. 그것은 지나온 억압의 시대에 대한 기억이었다”라고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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