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뮤지컬 ‘베르테르’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번지점프를 하다’ ‘영웅’ ‘사춘기’ ‘원스’ ‘맨 오브 라만차’등, 연극 ‘벛꽃동산’ ‘갈매기’ ‘호야’ 등 많은 무대에 올랐다. 다양한 모습을 보였지만, 배우 전미도에게는 따뜻한, 앙고라 같은 느낌이 든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매력 말이다. 실제로 만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열정, 올곧은 의지와 사랑스럽고 편안한 매력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발랄하지만, 말을 안 할 때도 있고, 제 진짜 성격이 어떤지 저도 모르겠어요(웃음). 원래는 조용하고 무뚝뚝한 성격이었는데 연극하고 사람만나고, 역할을 하면서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작품을 하면서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라고 발견하기도 하고요. 이미지나 외형적인 느낌 때문에 맡게 되는 사랑스러운 역할에 맞춰져 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앞서, 메릴 스트립과 연기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는 전미도는 “좋아하는 배우죠. 같이 연기하고 싶어요. 작품마다 변신도 잘하고, 거기에 설득력이 있어요. 엄청 예민한 것 같으면서도 인물에 분석, 표현하는 디테일한 부분이 있고요. 연극도 하시더라고요. 멋있고 닮고 싶은 분이죠.” 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 사진=드림컴퍼니 |
전미도는 올해 ‘흑흑흑 희희희’ 후에 뮤지컬 ‘스위니 토드’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앞서 ‘맨 오브 라만차’ ‘베르테르’에 이어 조승우와 호흡을 맞춘다. 조승우는 ‘맨오브라만차’ 영상을 통해 전미도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그는 “두말할 것 없이 전미도라는 배우는 존경하고 가장 닮고 싶은 배우다. 무대 위에서 저 작은 체구로 어떻게 저런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지, 제가 늘 그래요. 전미도 배우는 천재라고.”라고 전미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죠(웃음). 속은 굉장한 따듯한 분이에요. 장난꾸러기에 애교도 많은 분이에요. 조승우와 강필석, 이창훈 등 배우와 함께 많은 작품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생각도 많이 나고, 마치 제 짝 같아요.”
“올해는 소극장 공연을 해요. 너무 흥분되고 좋아요. 운좋게 ‘스위니 토드’를 하게 됐는데, 올해는 소극장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하반기에는 소극장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할 예정이에요.”
대학로에서 공연을 시작해서 그런지, 전미도는 대학로에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그는 “마음이 정말 편해요. 못 벗어 날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 웃어 보였다.
벌써 무대에 오른지 10년이다. 한 직업을 이렇게 꾸준히 이어가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두고 싶었을 때도 있었을 것이고, 배우로서 충만한 기쁨을 누린 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미도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한 배우다. ‘흑흑흑 희희희’에서 “난 최선을 다해 살았어”라고 말하는 연백희의 모습에서, 전미도의 노력과 그동안 작품에 흘린 땀과 눈물의 모습이 오롯이 느껴졌다.
“그런 시간도 못 느낄 정도로 첫 작품부터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첫 작품에서 앙상블이었지만, 대사가 꽤 있었어요. 장면마다 다른 역할이었는데, 스스로 그 안에서 당위성을 가지려고 그렇게 고민을 했어요. 그 인물들의 하루를 혼자 상상해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전 대본이 새까맣게 되도록 쓰는 것을 좋아해서 한 작품에 대본을 3번은 갈아치워요. 아직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스스로의 기본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생각되어요. 그렇게 고민하고, 노력한 시간은 결코 절 배신하지 않더라고요. 과거를 돌아봐서, 현재 제가 조금이라도 성장하고, 나아졌다고 생각한다면 그 시간 때문일 거예요. 물론 40년이 넘게 연기를 하더라도, 스스로를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전미도의 무대는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눈시울부터 붉어지기 시작해 뚝뚝 애처롭게 흘리던 눈물도, 순백색 같은 미소를 지을 때도, 흥분하고, 한숨을 쉬고 속상해 하는 모습에도, 작은 손짓, 걸음에도 전미도의 고민이 있었기에 그렇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단 ‘흑흑흑 희희희’ 뿐만이 아니었다.
“제 목표는 80세까지 연기하는 거예요. 故장민호 선생님 공연을 본 적 있어요. 처음으로 두 번 공연을 봤었죠. 두 번 째 볼때는 친한 배우들도 데리고 갔어요. 그 경험을 잊을 수가 없어요. 장민호 선생님과 연애하는 느낌이었어요. 빨리 말을 했으면 좋겠고, 몸이 무대 쪽으로 나아갔어요. 가만히 있다가 한 마디 빨리 듣고 싶다는 생각에, 진짜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선생님의 목소리는 달콤했고, 장민호 선생님이 아니라 그 인물이 하는 말 같았죠, ‘나는 과연 저 정도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공연을 봤어요. 저도 저 나이가 될 때까지 공연하고 싶고, 선생님 같은 실력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갈매기’ 대본에 처음으로 사인도 받았고요.”
80세까지 전미도를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벅차오를 수밖에 없다. 어서어서, 많은 작품으로 만나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뜻한 봄날에 만난 만큼, 두 눈을 마주 보고 작품에 대한 진솔한 얘기로 마음속 애정을 드러내는 전미도. 대학로가 사랑하고, 관객들이 아끼고, 상대 배우가 추켜세우는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마음속에 아지랑이 일어나는 것은 책을 읽을 때인 것 같아요. 소설도 좋고, 수필이나, 인문학도 좋아요. 전 화창한 날을 좋아해요. 비가 오면 좀 쳐지더라고요. 봄이 길진 않지만, 이 시간을 즐기고 싶어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