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의 올해 두 번째 시즌프로그램으로 연 ‘귀.국.전’(歸國展)이 폐막했다. 지난 7일부터 24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는 ‘불행’((김민정 구성·연출) ‘그녀를 말해요’((이경성 작·구성·연출) ‘커머셜, 데피니틀리’(commercial, definitely)-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구자혜 작·연출)이 공연됐다. ‘귀.국.전’이라는 프로그램 제목은 과거 한국 예술사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예술가들이 작품을 선보일 때 검열을 피하기 위한 방법인 ‘귀국전’에서 차용한 것이다.
◇ ‘불행’
‘불행’은 작년 ‘제22회 베세토 페스티벌’에서 남산예술센터 공간의 특성을 살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해 호평을 받은 작품. 극장에는 짐승의 가면을 쓴 인물들이 도처에 불행한 현실들과 맞닥뜨리고, 관객들은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나서거나 극장 곳곳을 돌아다녀야 한다. 각 사건의 규모는, 진행되는 공간의 크기와 관객의 수에 따라 달라지며, 어떤 공간은 사건의 서사구조 없이 불행하게 느껴지는 상황 자체를 그려내기도 한다.
표면적 불행, 이미지의 나열과 반복을 통해 새로운 에피소드와 공간의 재배치, 배우들의 움직임과 음악의 강화를 통해 밀도를 높인 작품, 말이 아닌 음악과 움직임으로 그려져 ‘불행’이라는 감정은 더 파편화 되고 분열적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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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를 말해요’
‘그녀를 말해요’는 작년 ‘비포 애프터’의 연장선상에서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세월호 참사라는 주제로, 유가족들 중,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이의 어릴 적부터, 어디가 예뻤나, 왜 안산에서 살게 됐고, 어떻게 결혼을 하게 됐는지부터, 아이를 잃은 후 삶에 대해서도 조곤조곤 풀어나간다. 인터뷰 형식으로 이뤄지지만, 화자는 곧 청자가 되고, 청자는 곧 해설자가 되기도 한다.
‘그녀를 말해요’는 세월호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나타낸다. 먼발치에 있고, 누군지 알 수도 없던 희생자들을 수면 위로 올려, 마치 곁에 있는 듯, 원래 지인이었던 마냥, 사건의 거리를 좁혀 안타까움을 극대화 시킨다.
특히 세월호로 곁을 떠난 딸을 마음에 품고 사는 어머니들의 솔직한 얘기는, 눈이 아닌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슬픔을 마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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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셜, 데피니틀리’(commercial, definitely)
이 작품은 작년 혜화동1번지 6기동인 가을페스티벌 ‘상업극’에서 초연 당시에는 ‘마카다미아, 표절, 메르스 그리고 맨스플레인’이라는 부제를 사용한 것이다.
무대에 오른 네 배우는 각자의 얘기를 하고, 행동을 하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점은 한가지다. 땅콩 회황, 갑질의 횡포나, 검열 등 한번 쯤 모두가 분개했던 사건이다. 점점 머릿속에서 잊혀지고 있지만, 작품을 통해 다시 환기시킬 기회를 제공한다.
사과하는 동시에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그건 제가 말하겠습니다”라는 대사에서, “이 작품은 상업극입니다”라는 말까지. ‘커머셜 데피니틀리’는 묘하게 트는가 하면, 적나라한 표현으로 웃음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전한다.
‘귀국전’에 대해 남산예술센터 김민영 PD는 “이 기획적은 ‘우리가 돌아갈 국가는 어디인가’ 에 대한 질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PD는 “그간 공동제작의 형태로 극장에 진입하기 어려웠던 장르 혹은 소규모극단, 젊은 창작자에게 기회부여하면서, 창작희곡에 비하여 짧은 공연기간으로 객석에 대한 부담은 줄였다. 극장은 다양성 확보하고 말이다”라면서, 작품에 대해 “4월의 대한민국이 피할 수없는 주제 세월호, 행복이 중요순위에서 밀려난 현실, 그리고 사회적인 논란이 되었으나 점점 잊혀가는 검열 갑질 등의 이슈들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또, 관객들이 이번 기획전을 통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점에 대해서는 “극장은 예술가를 통해 지금 우리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이제 그 순간을 함께한 관객이 해답을 찾아가기를”이라면서 “각자의 대한민국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