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크레센도는 ‘점점 세게’라는 뜻인데, 대한민국 여성을 살면서 점점 더 뭔가 세게 해야 한다는 압박이 그런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다 보면 궁전이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김슬기 작가”
연극 ‘크레센도 궁전’은 더없이 현실적인 작품이다. 점점 더 세게라는 뜻의 음악용어 ‘크레센도’와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궁전’이라는 장소를 더해, 삶의 이상적인 모습을 표현했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30대 초반의 딸을 둔 엄마(강애심 분)는 낡은 집을 닦고, 닦고 또 닦아 더 이상 녹슬지 않게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늘 딸에 대한 걱정뿐이다. 딸을 위해 이혼도 못하고, 건강검진도 받지 않으며, 와인 뚜껑도 열지 않고 아낀다. 여자(김소진 분)는 이런 엄마의 모습에 갑갑함을 느낀다. 오히려 엄마의 삶을 통해 결혼에 대한 반감만 더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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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자는 SNS에서 만난 남자(권일 분)을 통해 마음속의 어둠을 끄집어내고, 또 가족과 갈등의 최고조를 맞이한다. 이 과정을 통해 엄마는 비로소 자신의 문을 열게 되는데, 이는 혼자가 아닌 가족들과 함께 무언가를 함께 해내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전해진다.
엄마는 딸과 아들을 공주처럼, 왕자처럼 어느 집안에 뒤처지지 않게 키우고 싶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으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영위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았다고 털어놓는다. 이와 함께 지금은 마지못해 사는 아빠와의 만남을 회상해 공감을 높인다.
‘크레센도 궁전’ 속 대사 역시 현실적이다. “사랑을 하려면 돈이 들어. 직업이 없는데 어떻게 돈을 벌지” “요즘은 멀쩡한 것은 가만히 두지 않아” “넌 엄마의 꿈이야” “엄마는 일을 안할 수 없었어. 몸도 아팠지,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었어. 네 동생이 생겼거든” “무너지면 세워지고 또 무너지겠지” 등의 대사가 그렇다.
다양한 물건이 엉성하게 붙어져있는 듯한 흰색 무대는 현실적인 극을 비현실적으로 느끼게 한다. 오로지 흰색으로 사방이 덮여 있기에, 와인이 쏟아졌을 때 더욱 더 짙게 물드는 느낌이다.
누구나 자신만이 꿈꾸는 궁전이 있다. ‘크레센도 궁전’은 점점 더 빨리 달릴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과, 그럴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