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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톤, 구글에 가다 |
골드스타인은 구글플렉스를 방문한 플라톤을 다룬 단편소설, 아리스토텔레스를 제자로 둔 플라톤이 패널로 나서는 교육 토론회, 플라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연애칼럼 등의 형식을 종횡무진 질주하며, 플라톤주의(Platonism)의 21세판 의미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쓸데없어’ 보이는 철학의 ‘쓸모 있음’을 증거하려 플라톤이 환생했달까.
700여쪽의 문장으로 부활한 플라톤이 오늘날 실재한다고 상상하고, 대담 형식으로 책의 내용을 아래처럼 재구성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플라톤 단독 인터뷰’다. 대화에 능했던 플라톤이 현 시대 인물이었다면 언론 인터뷰는 이쯤될 것이다. 플라톤에게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왜 구글플렉스(Googleplex)를 찾았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구글 본사인 구글플렉스는 일종의 폴리스(Polis·도시 국가)다. 이 도시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모은다. 지식의 보고에서 역설적으로 철학의 효용을 알리고 싶었다.
- 지식 검색의 시대에 철학이 유의미한가.
▶검색엔진은 철학의 키워드뿐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인가’라는 윤리적 문제에도 답을 찾아준다. 하지만 ‘좋은 삶’ ‘가치 있는 인생’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오직 철학자다.
- 당신의 동료 셰릴(2장)이 말한 ‘좋은 인생’을 철학이 결정해줄까.
▶ ‘삶을 사는 방법’에 관한 지식은 있다. 그 지식은 생각을 통해 다다를 수밖에 없다. 누구도 가치 있는 인생이 무엇인지를 혼자 결정할 수 없다. 철학자들은 자신의 지식을 그러한 지식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과 공유한다.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 답을 건넨다.
- 철학 만능주의로 들리는데.
▶부정교합 치아를 교정하려 해도, 치과의사는 숱한 연구를 거친다. 철학자는 치과 의사보다 더 독하게, ‘어떻게 좋은 인생을 만드느냐’를 연구한다. 철학자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어마어마한 의무를 가진다.
-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추월하는 시대에 철학이 무슨 소용인가.
▶자신에게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해되는 인생을 살기 위해 우리가 따르기로 한 행동의 기준을 우리의 뇌가 숫자란 도구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 과학의 시대에도 철학의 효용은 숫자가 아닌 생각에서 온다.
- ‘국가’ 등 베스트셀러 작가다. “모든 서양철학은 당신에 대한 주석”이라고도 한다.
▶이미 무언가를 아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상기할 기회를 제공하는 건 철학자의 임무다.
- 교육 토론회(4장)에선 온라인 강좌의 비(非)인간성을 꼬집었다.
▶학생 스스로 지식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선생과 직접 마주해야 한다. 정신이 생각 자체에 말을 걸 수 있어야 한다.
- 부패한 현대 정치를 일깨운다면.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인간으로서 도덕적 질서에 반하여 부패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그들이 부패하지 않는다면 공정한 도시는 지속될 것이다.
- 얼마 전 연애상담 자문위원(6장)으로도 나섰다. 사랑이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우리가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는 모든 가치를 그 사람 안에서 본다는 것이다.
- 열정없는 섹스, 사랑없는 결혼은 가능한가.
▶평범한 인생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 비범한 인생으로 가는 길은 에로스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는 한쪽이 대가를 바라면서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쪽을 이용하려 들기 때문에 약해진다.
- “수술복이 편안하다”며 구입의사를 밝힌 부분(10장) 등이 흥미롭다.
▶단순했던 토가(toga·그리스 로마 시대 전통의상)는 점차 복잡해져서 불편했다. 수술복은 연구소에서 기념 선물로 받았다. (웃음)
- 지금 이 인터뷰는 현실이 아니다. 책의 저자 골드스타인은 ‘철학적 픽션’으로 당신을 소환했다.
▶골드스타인은 ‘천재들의 상’이라는 맥아더 지니어스상을 받았고, 2015년 백악관에서 국가 인문학 훈장을 받은
- 철학자란.
▶지혜를 사랑하는 자.
- 플라톤주의를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스승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리겠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위 인터뷰는 저서의 상당 부분을 발췌·재구성한 허구임을 다시 밝혀둡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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