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②] 세월을 공유하고 싶은, 배우 최주리

[MBN스타 김진선 기자] “어렸을 때는 누구 한 명에게도 미움받는 게 힘들었어요. 근데 이제는 미움 받을 용기가 생겼어요. 이유 없이 절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 사람을 더 사랑하면 되는 거예요.”

배우 최주리가 달라졌다. 작품에 임하는 마음 뿐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풍부해지고 여유가 넘친다. 이런 배우를 왜 이제 만났나 싶을 정도로 유쾌하고 털털해 인터뷰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솔직하고 뒤끝 없는 성격, 발랄하고 긍정적인 최주리와의 만남은 오랜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정겨웠다.

↑ 사진=서울예술단

“재작년에 드라마에 도전하면서 공연을 2년 정도 쉬었어요. 절실함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저는 먹고사는 일이 눈앞에 있었어요.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도 않았고, 죄책감도 느끼고 싶지 않았어요. 무대에 서는 게 과연 누굴 위한 일인지, ‘내 꿈인가’라는 대한 생각도 들고 연기를 계속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자존감이 낮아지니 정말 저 스스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고만하게 됐었죠."

인생의 변곡점에서 최주리가 선택한 것은 무대. 많은 이의 의견으로 방송 쪽으로 고개를 돌리긴 했지만 최주리의 집은 무대였던 것이다. 대학로 무대에 선다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행복과 만족, 배우로서 숨을 쉴 곳은 무대였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작년에 하게 됐어요. 제가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게 됐어요. 연기를 계속할지 고민하고 있었던 순간에, ‘공연을 통해 연기를 할지 말지 고민하겠다’고 결정했죠. 근데 정말 행복했어요. 연습 과정도 그렇고 배우들도 좋고 작품이 따뜻하다 보니 ‘내가 이렇게 행복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가 왜 배우를 꿈꿨는지, 무대를 선택한 이유가 확고하게 다시 들더라고요.”

무대에 서니 더없이 행복하다는 최주리는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즐거운 스트레스’라고 표현했다.

“즐거운 스트레스예요. 스트레스의 근원인 문제를 해결해가고 찾아가고. 소통하는 시간이 좋아요.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가요!(웃음)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이 있지만 사람들과 소통 또 다른 삶을 살고, 수익도 있고, 정말 좋은 거 같아요(웃음).”

그래서인지 최주리에게는 여유가 넘쳤다. 흔히 느낄 수 있는 ‘여배우’만의 고집이나, 긴장 대신 배려와 따뜻한 미소가 흘렀다. 첫눈에 봐도 예쁜 외모지만, 마음이 예뻐 보면 볼수록 상대방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는 힘이 최주리에게 있었다.

“많은 작품을 하고 명성을 누리는 게 행복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이 저 스스로를 옭아맸던 거죠. 운이 좋아 앙상블을 거치지 않고 메인부터 서게 됐는데 ‘깜냥이 있을까’라는 생각과 작품에 대한 책임 때문에 마음대로 안 됐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이제 제가 저를 더 기대하게 돼요. 제가 스스로를 믿으니까 작품에도 확신이 생겨요.“

“각자의 취향이 있어서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잖아요. 그 마음을 원망할 이유는 없어요. 제가 애써. 감정을 호소하지도 않고요. 상대방의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대방에게 미움을 받는 것을 느꼈을 때 드는 허망함 대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겠다는 최주리의 마음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여실히 느끼게 만들었다. 그만큼 그의 무대도 풍성해 진 것이고, 그의 주변 또한 더욱 풍요로워진 것이다.

“작품에 대한 고민이 즐거워요. 충실하게 무대에 서니 공연 자체가 더 즐거워지고 소중해져요. 배우는 연출보다 더 깊게 인물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우가 고민을 해야 연출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거죠. 소통도 중요하고요.”

“돈도 많이 벌고 많은 작품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공연 끝나고 다음 공연이 없어도 스트레스가 되지 않아요. 쉬는 시간 동안 다른 공연을 위해 준비하는 행복한 시간이, 삶이 너무 행복해요.”

최주리는 포용력이 있었다. 막연히 ‘예쁘다’ ‘연기를 잘한다’ ‘표현력이 좋다’ ‘딕션이 좋다’라는 상투적인 표현보다, 마음이 깊은 배우이자 사람이었다. 어떤 작품에서 어떤 인물을 만나도, 최주리라서 다행이고, 최주리라서 궁금해지는 것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세월을 공유하고, 작품을 통해 함께 나이 들고 싶게 만드는 배우가 최주리다.

“당연히 여배우라면 젊고 장미꽃 같을 때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죠. 하지만 예쁘지 않다고 해도 상관이 없을 거 같아요. 저는 스타가 되고 싶은 게 아닌데, 배우가 되고 싶은 거예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