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s 리뷰] 혼밥·혼술의 성지...홍대 '그곳들'
뉴질랜드의 퀸 스트리트 곳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엔 홀로 점심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따스한 오클랜드의 해를 온 몸으로 맞으며 음식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한국인들에겐 낯설기만 하다. 국내에서 외식은 누군가와 함께 즐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혼밥과 혼술'은 외국의 생면한 문화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1인 가구 증가와 개인 성향의 젊은이들이 늘면서 도심 곳곳엔 혼자 먹고 마실 수 있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상에 혼자 밥 먹는 문화를 영위하는 이들이 만든 '혼밥 티'는 선풍적인 인기에 2차 판매까지 할 상황이다. 바뀐 세태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오롯이 음식을 느끼며 여유를 즐기는 '혼밥'을 한 번하고 나면 유행의 이유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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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 |
홍대엔 나홀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이 유독 많다. 젊은이들의 거리라 유행에 민감한 탓이다. 특히 홍대 언저리에 위치한 '홍대 돈부리'는 인기가 높다.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면 주인장 대신 식권 발매기가 손님을 맞는다. 혼자서 음식을 주문하기 망설여지는 이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양한 일본식 덮밥을 판매하는 가게의 메뉴는 가츠동, 규동부터 연어로 만든 사케동까지 다양하다. 주문을 마치고 실내로 들어가면 혼밥의 원조로 불리는 일본의 음식점을 모방한 내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한 사람이 겨우 앉을 만한 바 형식의 상에 바로 조리된 따뜻한 음식이 놓여진다. 그렇게 음식과 단 둘이 대면하는 시간 속에서 사람은 먹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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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싸움의고수 홈페이지 |
요리 중에는 정말 혼자 먹기 부담스러운 것들이 있다. 나홀로 식사 금지 메뉴로 꼽히는 고기류가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보쌈은 '혼자 먹기 난이도' 최고(最高)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많은 양이 나오기도 하거니와,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홍대에는 1인 보쌈 메뉴로 승부를 건 음식점이 생겼다.
'싸움의 고수'라는 특이한 이름으로 외식업계에 출사표를 던진 이 곳은 보쌈을 1인 분량의 도시락으로 만들어 제공한다. 혼자 먹기 좋게 꾸려진 구성에 가격도 4000원에서 8000원 사이로 홀로 즐기기에 괜찮다. 평소 보쌈을 먹고 싶어도 부담스러운 양과 가격에 고심했던 젊은이들에겐 가뭄에 단비와 같은 격이리라.
혼밥이 경지에 올라 더 이상 남의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면 ‘혼술’에 도전할 차례다. 하지만 나홀로 마시는 술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동반한다.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이거나 애인에게 차였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혼자 술을 기울이고 있노라면 "어머, 연인과 헤어졌나봐"라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혼밥 다음은 혼술", 이라는 말은 그 난이도에서 유래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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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 |
홍대에서 혼자 술을 마시기는 사실 힘들다. 젊음이 넘치는 중앙 거리는 조용히 맥주 한잔을 기울이기엔 너무 역동적이다. 하지만 발품을 팔아보면 어김없이 나홀로족의 모임 장소를 찾아낼 수 있다.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합정역에 위치한 ‘주모포차’는 대표적 혼술 친화적 펍이다. 골목 어귀에 소소한 전등 빛을 뿜는 가게는 술 몇 잔하고 잠을 청하고 싶은 애주가를 유혹하는 듯하다.
그 손짓에 매료돼 문을 열면 자그마한 몇 개의 테이블이 눈에 띈다. 널찍한 상이 부담스러운 ‘혼술족’에겐 최상의 조건이다. 정갈하게 나오는 안주도 깔끔하기 그지없어서 늦은 밤 자칫 얹힐 수 있는 부담을 덜어준다. 가장 유명한 음식은 '명란 파스타' 1만 2천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술과 딱 맞는 삼삼한 명란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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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 |
더 조용한 곳을 찾는다면 홍대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DMC역을 추천한다. 변두리 느낌의 그곳엔 서울이라 칭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이런 곳에 술집이 있을까 싶다가도 살며시 눈을 돌리면 아담한 일본풍 선술집을 찾을 수 있다. '사이코우'라는 간판을 내건 가게는 문을 활짝 열고 술이
쓸쓸한 퇴근길, 한잔 생각날 때는 여지가 없다. 창가에 준비된 1인석에서 혼술족을 위한 작은 배려를 느낄 수 있다. 메뉴는 일본풍, 특히 '도미 데리야끼'는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각종 사케나 하이볼 등 열도 특유의 주류도 맛볼 수 있다.
[MBN 뉴스센터 홍태화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