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함익’이요? 당장은 집중하고 있지만 먼훗날 생각하면 각별, 특별할 거 같아요.”
배우 윤나무가 연극 ‘함익’으로 무대에 올랐다. ‘함익’은 서울시극단 창작극으로 김은성 작가와 김광보 연출이 손을 잡았다. ‘햄릿’을 모티프로 하지만 현실과 맞닿아 있어, 공감을 자아낸다.
윤나무는 앞서 연극 ‘삼등병’ ‘이기동 체육관’ ‘모범생들’ ‘올모스트 메인’ ‘카포네 트릴로지’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킬 미 나우’ 등과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총각네 야채가게’ ‘아가사’ ‘사춘기’ ‘로기수’ ‘풍월주’ 등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2011년 데뷔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작(多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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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연극과 뮤지컬이라는 장르 뿐 아니라, 소극장, 대극장을 넘나들고, 창작과 라이선스에 벽을 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장애를 앓는 인물에서 몸을 많이 써야하는 탭댄스도 불사하던 윤나무. 때문에 그의 행보는 늘 관심 대상. 그런 그가 ‘함익’으로 또 다른 면모를 내보였다.
“‘함익’은 꿈꾸었던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라는 무대 뿐 아니라 김광보 연출과 김은성 작가, 그리고 서울시극단 작품이기 때문에 출연하게 됐다. 서울시에서 30년 넘게 살았는데 서울시극단에 서고 싶었다. 극단 배우들이 열심히 하고, 배우에 대한 생각이 진중하고 좋기 때문에 함께 작품을 하면서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윤나무가 극 중 맡은 연우라는 인물은 윤나무와 많이 닮아 있다. 열정적인 모습 뿐 아니라, 작품에 대해 다가가는 진중함 등이 특히 그렇다. 윤나무의 생각은 어떨까.
“작품을 하면서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바쁜 삶에 지나친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나도 저런 생각을 했었지’라는 등. 진지하게 접근했던 부분도 예전에는 분명 있었는데 요즘에는 좀 놓친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것은 좀 내려놓고, 진중하고 진중하게, 열정적으로 접근하는 연우의 모습이 나와 잘 맞고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무대만 봐도 대학교 시절이 떠오를 듯 했다. 무대 위 연우는 윤나무 자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꼭 맞은 옷을 입은 한 인물이 서있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와 비슷한 것 같다. 연우를 하면서 만들어내려고 해도, 대학교 때 기억이 연우를 만들었다. 대학교 때? 어떻게 보면 외골수였던 것 같다. 연습할 때 느꼈는데 극 중 수업 장면 나오는 것 보면 연우가 해석도 철학적이게 하지 않나. 다른 사람이 느꼈을 때는 좀 힘든 존재가 아닐까 싶었다. 연기학원을 다니지 않고 입학한 것이라서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을 정말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대학생활에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장학금 받으면 엄마가 기뻐하겠지’라는 생각했고, 학교에서 올리는 작품도 대학로 작품의 퀄리티로 올리고 싶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많았을 텐데, 내가 숨 막히는 존재가 아니었을지, 연우로 무대에 오르면서 생각하게 되더라.”
극 중 연우는 학비 때문에 휴학 중. 게다가 끼니는 라면으로 때우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밤을 새기도 한다.
또, 감명 깊게 본 ‘햄릿’의 주인공이 아니라, 버나도 역할임에도 그 역할에 진중하고, 또 열심이다. 게다가 다른 학생들보다 더 깊이 햄릿에 대해 다가가는 모습으로 함익에 눈에 들게 된다. 작품 소개에는 ‘흔드는 인물’이라고 설명되기도 했다.
“음. 흔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대본에 연기를 좋아하고 열정적인 인물이라고 명시 돼 있는데, 함익이 ‘뭐하는 아이지’라고 생각한 것 같다. 또 연우가 햄릿을 해석하는 모습이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살아 있느냐 죽어있느냐가 문제였던 것’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쐐기를 박은 것 같다. 내가 그런 모습을 염두하면 안 되고 나대로 잘 웃고 낙천적인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그렇지 않은 함익이 연우를 보고, 자신의 공기가 확 빠지고 환기 시킬 수 있게.”
그렇다면 윤나무가 생각하는 연우가 극 중 이루고 싶었던 점은 무엇일까.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고,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열심이지 않나. 극 안에서는 해석을 많이 하고, 교수와 맞닥뜨리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연우에게는 실패한 것일 수도 있다. 나라면, 말 잘 통하는 교수였다면 시도해봤을 것 같다. 모두가 힘들어하는 상황이니까. 아마 대본 여백에 더 많은 사건들이 있었을 것 같고, 그래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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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이 하고 싶고. 원하는 선택대로 움직일 수 있지 않은 것 같다. 연기의 아날로그적인 감성, 열정적인 부분은 세상이 바뀌어도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연우의 꿈, 열정, 도전의식 등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느 순간 돌아오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에 함익이 다시 읽어보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그런 말만 봐도 순간의 공연은 수포로 돌아 가버렸지만,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 열정적인낙천적인 캐릭터를 버리지 않고 나답게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런 20. 30대가 많아질수록 모든 것이 좋아지지 않을까.”
데뷔 후 쉬지 않고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있는 윤나무. 그에게 ‘함익’의 연우는 다른 역할에 비해 가장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과연 함익은 윤나무에게 어떤 작품일까.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한 10년 뒤 먼훗날,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