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불화의 백미로 불리는 14세기 수월관음도가 일본에서 돌아와 국립중앙박물관 품에 안겼다.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은 지난 봄에 일본의 개인 소장가로부터 구매한 수월관음도를 17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승환 기자] |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은 지난 봄에 일본의 개인 소장가로부터 구매한 수월관음도를 17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앞서 본지는 이 사실을 26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은 “보존처리에 앞서 기증받은 수월관음도를 18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상설전시실 2층 불교회화실에서 전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립박물관 최초로 수월관음도를 소장하게 됐다. 고려불화는 전 세계에 160여 점만 남아 있고 그중 수월관음도는 46점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리움미술관에 2점이 있고, 아모레퍼시픽미술관·우학문화재단·호림박물관이 각각 1점씩 보유하고 있다.
수월관음도는 불경인 ‘화엄경-입법계품’의 달빛이 비치는 보타락가산의 바위에 앉아 있는 관음보살을 선재동자가 찾은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이번에 윤 회장이 기증한 그림은 14세기 중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크기가 세로 172㎝, 세로 63㎝이며, 그림 크기는 세로 91㎝, 가로 43㎝로 다른 수월관음도에 비해 작은 편이다.
비단 위에 그려진 이 그림은 고려시대 수월관음도의 전형적인 도상을 따랐다. 미소 띤 관음보살이 금니당초무늬로 장식된 천의(天衣)와 투명한 사라를 두른 채 반가부좌하고 있고, 관음보살 앞쪽에 선재동자가 작게 표현돼 있다. 화면 왼쪽 중간에는 대나무가 꽂힌 정병이 그려져 있다. 정명희 국립중앙박물관 연구관은 “고려 불화의 특징적인 원상들이 한 화면에 펼쳐져 있다. 형식화 되기 이전 자연스러운 도상의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 형태가 선명하지 않고 색이 어두워 일각에서는 보존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박락된 부분에 대해서는 최소 2번 수리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천주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그림이 어둡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 수리를 할 때 그림 뒤에 검은 종이로 덧댔기 때문이다. 차후 밝은 색 종이로 교체하면 색이 선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리 과정에서 추가로 선을 그리거나 색칠을 하지 않아, 상태는 매우 좋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달 간 특별 전시 이후 보존 작업에 들어간다. 보존처리작업은 날씨에 따른 건조 시기 등을 고려할 때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크게 3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2번 보수과정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 부분을 하나로 통일하는 작업 ▲검은색 배접 종이를 밝은 종이로 교체 작업▲보견 (구멍이 난 부분을 천으로 메우는 작업)이 잘못된 부분 수정 등 그림전반에 보수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이번 수월관음도는 목서(그림뒷면)와 목자함에 기록이 남아 있어 특별하다. 목서에는 세로로 “중국 장사공의 작품”, “일본 아이치 현에 있는 세이간지의 보물”이라는 글귀가 써 있다. 이에 대해 정 연구관은 “일본에서는 1970년대까지 고려불화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 좋은 그림들은 중국 원나라 작품으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이간지’ 등의 기록은 고려불화의 소장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목자함에는 도쿠가와 가문과 연관이 있는 세 잎의 접시꽃 ‘미츠바 아오이’ 문장이 찍혀 있어 눈길을 끈다. 다른 수월관음도와 달리 수장사가 확인 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어떻게 해서 도쿠가와의 문양이 찍히게 됐는지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중요한 고려불화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어 그림 자체의 가치도 높지만 일본에 전례된 이후의 이야기들을 알 수 있는 역사적으로도 귀중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작품이 언제 일본으로 건너갔는지는 알 수 없다. 도쿠가와 가문과의 인연을 고려해 17세기 이전으로 추정할 뿐이다. 직전 소장자는 일본에 거주하며 미술사업에 종사하는 재일동포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기업인이 되기 전 역사를 공부하고 싶었으나 못하고 대신 그간 꾸준히 역사에 관심을 두었다. ‘여러 사람이 같이 봐야 한다’는 생각에 애초 살 때부터 기증을 염두
[김연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