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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벨트 |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파리크라상 뒷골목에 갤러리를 낸 조인숙 조은갤러리 대표는 요즘 화랑계의 다크호스로 주목 받고 있다. 신생 화랑 주인인데도 김덕기와 박성민 박다원 등 인기 작가 개인전을 줄줄이 연 데다 판매도 완판에 가까운 대박을 일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형 화랑들이 진을 친 삼청동에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작년 말 갤러리를 냈는데 결과적으로 장소 고르는 촉이 좋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울옥션도 지난 5월 디지털 판화 전문점인 프린트베이커리 직영 2호점을 독서당로에 냈다. 서울옥션 측은 “삼청동 직영 1호점보다 오히려 매출이 더 좋다. 연예인이나 유명인 방문도 잦은 편이고 디뮤지엄 전시를 보러 온 20~30대 젊은 층들이 10만원에서 100만원 안팎의 작품을 많이 사간다”고 귀띔했다.
대한민국 초고급 주거지인 한남더힐과 유엔빌리지, 주한 외국 대사관이 밀집한 독서당로가 ‘슈퍼컬렉터 앞마당’으로 불리며 ‘제2의 미술벨트’로 떠오르고 있다. 경복궁 좌우에 위치한 인사동과 삼청동, 통인동이 부동의 미술 메카라면 지난해 12월 개관한 대림 디뮤지엄을 중심으로 갤러리 10여곳이 성업중인 ‘독서당로 미술벨트’는 젊고 감각적인 30-40대 미술 애호가들을 빨아들이며 대안 미술벨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때 강남 청담동과 가로수길에 화랑들이 모여들며 ‘강남 컬렉터’들을 공략하려 했지만 높은 임대료와 미술계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바통을 한남동에 넘겨준 모양새다.
3~4년 전부터 갤러리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독서당로는 디뮤지엄 개관으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대중교통이 취약하지만 지금까지 누적 관람객이 4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젊은이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미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미술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연예인과 재벌 2·3세를 비롯한 슈퍼컬렉터들이 인근에 포진하고 있어 그들을 겨냥한 맞춤식 기획전이 성황이다.
갤러리현대와 국제갤러리 등 삼청로에 줄지어 선 대형화랑들이 점당 수억원에 달하는 미술품을 취급하는 데 비해 이곳 갤러리들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짜리 작품을 주로 거래한다. 특히 젊은 유동 인구를 겨냥한 인테리어 소품과 프린트베이커리 같은 디지털 판화, 사진과 장식성 높은 회화들이 눈에 띈다. 정승진 ‘G exhibition’ 대표는 “3년 전에 갤러리를 차렸는데 그 이후 계속 건물 공사 중인 소리가 들린다. 대형 상권들이 장악한 가로수길이나 청담동에 비해 이곳은 대림 외에 대기업이 들어올 수 없는 골목길 구조여서 유행에 민감한 소규모 부티크 갤러리와 디자이너 샵, 고급 레스토랑이 들어서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과 영상 작품을 주로 소개하는 대림의 실험공간 ‘구슬모아당구장’과 사전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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