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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심은경 |
20일 개봉하는 ‘걷기왕’은 요즘 청춘들에게 건네는 유쾌한 응원가 같은 영화다. 과도한 스펙쌓기와 끊임없는 경쟁, 그럼에도 불투명한 미래 앞에 시름하는 청춘들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조금은 느리고, 가끔은 미끄러져도 괜찮아.” “천천히 너가 하고 싶은 것을 해봐.” 영화를 보면 지친 마음 한 켠에 어느덧 따뜻한 온기가 감돈다.
주연을 맡은 심은경(22)도 마찬가지였단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찻집에서 만난 그는 “완성된 편집본을 보면서 굉장히 힐링이 됐다”면서 “내 영화에서 눈물이 맺힌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 다독거림이 커다란 위로가 됐어요. 저 역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지금도 그렇거든요. 제가 나오는 영화는 냉정하게 보는 편이라 슬픈 신에서도 안 우는데 이번에는 달랐어요. 푹 빠져서 한참을 웃다가 결국 엔딩 신에서 눈물이 났죠.”
심은경을 울린 ‘걷기왕’은 제작비 5억원을 들인 저예산 영화다. 촬영 기간도 한달 남짓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간 덩치큰 상업영화 위주로 출연하던 행보와 사뭇 다르다. 심은경은 “그저 ‘걷기왕’이라는 작품이 마음에 쏙 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상업영화든 다양성영화든 저한텐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영화를 대하는 마음은 똑같고 그런 걸 구분짓고 싶지 않아요. 실제로 현장에서도 별 다른 걸 못 느꼈어요.”
이번에 그가 맡은 만복은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다. 선천성 멀미 증후군 환자라는 것만 빼면 말이다. 올해 ‘로봇, 소리’의 말하는 로봇, ‘널 기다리며’의 복수심에 불탄 희주, ‘부산행’의 첫 번째 감염자 등 독특한 배역들을 도맡았던 것에 견주면 정말 그렇다. 심은경은 “평범함이 좋았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평범한 일상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만복을 만난거죠. 10대 때 경험을 되새기면서 자연스러운 제 모습을 담아냈어요.”
심은경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웠다. 차분히 생각한 다음 정제된 언어들로 천천히 말문을 열곤 했다. 그러나 “충무로 최연소 흥행퀸”이라는 상찬을 늘어놨을 땐 유독 못 견뎌했다. “‘써니’ 736만, ‘광해’ 1232만, ‘수상한 그녀’ 865만. 팔색조 매력을 타고난 심은경의 힘”이라고 한술 더 뜨니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다”며 몹시 쑥스러워했다. “정말 저한테 맞는 호칭일까요. 너무 창피해요. 절대 오롯이 제 힘으로 이룬 게 아니거든요….”
괜한 질문인가 싶어 “쉴 땐 주로 뭐하는지”로 얼른 화제를 바꿨다. 고민없이 “‘멍’ 때리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멍하게 카페에 앉아 있는 걸 좋아한다 했다. “이어폰을 꼽고선 창밖 풍경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봐요. 비틀즈 노래(전곡 다 듣는단다)를 즐겨 듣는데, 요즘은 레드벨벳도 좋아요.”
그런 심은경은 최근 ‘특별시민’(내년 개봉) 촬영을 모두 마쳤다. 3선 시장에 도전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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