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설명하는 보수주의는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보수주의와는 완전히 선을 긋는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기회주의자의 이미지가 여기에는 없다.
주지하다시피 보수주의는 에드먼드 버크로부터 시작되는 영국의 사상적 조류 중 하나였다. 벤저민 디즈데일리를 거쳐 처칠과 마거릿 대처로 이어지며 그 대표성을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철학이다.
그 흐름을 잇는 ‘합리적 보수주의’는 책에 따르면 두 가지 신념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무형의 유산을 잘 보존해 후대에 물려주겠다는 굳은 신념이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연대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의 극우세력이라면 ‘빨갱이’로 매도했을 가치들이 ‘그 누구보다 보수주의에 대해 가장 훌륭하게 정의내리는 인물’로 알려진 저자에 의하면 가장 기본적인 보수주의자의 자질인 것이다.
다음의 설명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저자는 보수적 인간이란 (타인의 손해는 아랑곳 없이 제 이익을 최대화하는) 경제적 인간에만 경도되어서는 안 됨을 여러번 강조한다. 외려 그 반대여야 한다는 것인데, 그 바탕엔 ‘희생 능력’이 전제되어 있다. 저자는 사회를 “이미 죽은 사람들,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 앞으로 태어날 사람들의 제휴 관계로 인식”했던 버크의 주장을 상기시키며 공동체를 유지하는 밑거름은 “사랑에 가까운 어떤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회는 우리가 공유하는 유산이다. 우리는 사회를 위해 우리의 요구를 제한하는 방법, 주고받기의 끊임없는 사슬의 일부분인 우리의 위치를 아는 방법, 우리가 물려받은 훌륭한 유산을 함부로 망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깨닫
이 땅의 진정한 보수주의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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