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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여자들` |
프랑스 코미디의 재미는 속사포처럼 떠벌리는 대사와 의뭉스런 표정 유머에 있다. 카드게임을 하려 모인 세 중년 남성, 폴, 막스 그리고 시몽. 세 친구는 쉴 새 없이 각자 아내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다. 여자 하나 등장하지 않지만 제목이 '우리의 여자들'인 이유가 여기 있다. 하지만 미워할 수가 없다. 폴 역에 안내상 서현철 유연수, 막스 역에 이원종 김광식이, 시몽 역에 우현 정석용 등 베테랑 연기자들이 캐스팅됐다. 지긋한 주름의 남성들이 아이처럼 입술을 삐죽 내밀고 억울함과 불만을 토로한다. 멋지기 보단 귀엽다. 일곱 배우는 '아재파탈'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극은 뒤늦게 나타난 시몽이 아내 에스텔을 목 졸라 죽였다는 충격 고백을 하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그는 자신이 이곳에서 포커를 치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해 줄 것을 부탁한다. 35년 동안 카드게임이나 치며 자신의 패를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친구들은 이 사건으로 '우정이냐 정의냐'란 일생일대의 선택을 요구 받는다. 프랑스인들 답게 토론을 벌이기 시작한 그들, 그 와중에 평온한 일상처럼 보이던 삶 속 곪은 상처들이 하나 둘씩 삐져 나온다. 꺼내기 시작하니 끝없이 나오고, 까놓고 보니 별게 아니다. 끊임없이 떠들다 보면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되고 갈등은 봉합된다. 프랑스식 코미디와 한국식 아재 개그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몰리에르상 작가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에릭 아수의 작품. 2월 12일까지 수현재씨어터. 02-766-6506.
연극 '우리의 여자들'이 숨겨놓았던 상처들을 끄집어내 치유한다면 연극 '톡톡'은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질병을 가진 여섯 환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제목 톡톡의 'TOC(Troubles Obsessionnels Compulsifs)'은 강박증의 약어다. 강박증 치료의 최고 권위자 스텐 박사의 병원. 그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여섯 환자들이 차례로 대기실에 들어선다.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욕설이 문제인 뚜렛 증후군의 프레드,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쉬지 않고 계산을 해야 하는 계산벽 뱅상, 질병공포증 블랑슈, 확인강박증 마리, 동어반복증 릴리, 선공포증 밥. 하지만 이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스텐 박사는 오지 않고 기다림에 지친 환자들은 스스로 병명을 고백하며 급기야 집단치료를 시도한다.
서로 '너보단 내가 정상이다'고 주장하던 여섯 주인공들은 치료과정에서 서로에게 '사실 네 병 별거 아니다'라며 위로를 전한다. 실제 관객들도 보다 보면 저게 병인가 싶다. 오히려 귀엽기도 하고 남다른 능력 같기도 하다. 전 세계 인구의 93%가 적어도 하나의 강박증은 가지고 있단다. 병명도 제각각 성격도 제각각인 여섯 환자들과 함께 웃다 보면 그들을 향한 따뜻한 미소와 위로가 문득 나를 향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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