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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피츠제럴드, 뭉크 같은 거장들은 예술 형식에만 갇혀 있지 않고 작품 속에 시공간을 초월하는 진리를 담았다.
이진숙 미술평론가의 '롤리타는 없다'는 문학과 미술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살펴본다. 위대한 시인과 화가, 천재 소설가와 조각가는 서로 교류하며 시대 공감을 나눴고 물리적인 친구 관계도 있었지만, 시공간을 초월하여 떨어져 있는 사이라 할지라도 같은 고민과 고통을 겪었다. 다른 분야 시대의 소통은 지금 우리 앞의 현실을 직시하는 데 더 큰 생각의 장을 열어줄 수 있다. 그 고민과 고통은 결코 그들만의, 그 시대만의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던 고전 작품을 소개하고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답은 새로운 감각의 지평을 연 거장의 그림을 통해 말한다.
위대한 작품을 남긴 거장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공감'이다. 인문학을 통해 불통의 시대를 소통의 시대로 바꿀 수 있을까? 저자는 그렇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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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전공하고 일간지 기자로 일하다 변호사가 된 저자가 법과 그림에 대해 풀어내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림 읽는 변호사'는 명화 속 시대상에서 법 운용과 가치를 발견한다. 법과 그림은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저자의 생각. "그림에 담긴 법적 이야기가 신기할 만큼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나 가치관들과 겹친다"고 말한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는 침대에 드러누워 도발적인 시선을 보내는 여성의 누드화로 유명하다. 종교적 엄숙주의가 지배하던 당시 스페인에 큰 충격을 준 작품으로 고야는 이단 죄로 종교재판에 넘겨졌다.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을 보자. 1816년 세네갈을 식민지로 삼기 위해 떠난 프랑스 해군 군함 메두사호의 난파 사건이 배경이다. 선장과 상급 선원, 일부 승객은 구명보트를 타고 대피했지만 나머지 149명의 선원과 승객은 뗏목을 만들어 타야만 했다. 이 뗏목을 구명보트에 매달아 끌고 가기로 했던 선장은 이를 잘라 내고 도망갔다. 프랑스 정부는 이 비극의 전모를 은폐로 일관했다.
이런 명화에 얽힌 다양한 배경에 대해 법적 논쟁을 살펴보고 현재의 가치관 등과 연결하는 저자의 발상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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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0.1% 최상류층이 모여 사는 곳. 처음 이곳에 이사했을 때 저자는 왕따를 당한다.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이 특이한 인류종을 이해하기 위해 이들을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때로는 동화되기도 하고, 때로는 거리를 유지한 채 관찰하며 6년 동안 어퍼이스트사이드의 독특한 생태계를 연구한다.
최고급 명품 가게와 초호화 아파트가 즐비한 인류 최상의 서식지에서 영장류끼리 벌이는 사치스럽고 강박적인 경쟁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버킨 백으로 서열을 결정하며 완벽한 몸매로 종족 정체성을 확인하는 이들. 2세에는 음악 강습을 받고, 3세에는 유치원 입학시험과 면접 준비를 도울 개인교사가 붙는다. 4세에는 유치원 방과 후 프랑스어 중국어 영어 요리 골프 테니스 성악 등의 '사교육'을 받는다. 엄마들이 유치원 등원할 때 입을 옷을 골라주는 의상 상담사도 있다.
최강의 영장류에게도 나름의 사정은 있다. 연간 1억 원의 비용을 들여 44 사이즈를 입기 위해 공복감에 익숙해지고, 알코올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생소한 규율과 의식, 제복 행동양식이 지배하는 섬 안의 섬. 펜트하우스로 이뤄진 정글 속에 사는 인류의 생태 보고서는 풍자와 극적인 재미, 호기심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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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희곡으로 등단한 정범종 작가의 첫 소설로 올해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개경 궁궐의 비색 청자들 사이에 어느 날 섞여 들어온 상감청자 찻잔이 이야기의 발단이 된다. 왕의 다회를 준비하는 '시랑' 주상우는 칼잡이 동생 주상모를 전라도 탐진의 가마로 보내 만든 이를 처단하라고 지시한다. 동행한 청자 감별관은 옛 제자 윤누리가 범인임을 확인하고 상감청자의 시대가 왔음을 왕실에 알리자고 제안한다. 고려 조정은 상감청자를 받아들이고 윤누리는 스승의 뒤를 이어 청자 감별관으로 명성을 얻지만, 예상 못 한 갈등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비색 청자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상감기법을 둘러싸고, 이를 억압하려는 지배 계급과 예술의 혼을 담아 평화를 기원하는 천민 계급의 첨예한 대결이 세세한 문체로 그려진다.
제주 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들은 "탐미 취향을 가진 왕실 대비부터 짐승처럼 짓밟히는 삶을 살아내는 천민 도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급을 다루는 작가의 공력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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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운 시인의 첫 시집이자 올해 김수영문학상 수상작.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는 에너지와 확고한 시 세계를 이끌어가는 능숙한 전개가 돋보인다"라는 평을 받았다.
첫 시부터 마지막 시까지 막힘없이 고요하게 흐르는 물줄기 같다. 안태운의 시는 수면 위의 잔잔함과 수면 아래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에너지를 포괄한다.
물은 형태도 없고 한계도 없다. 물의 무한함은 시인의 한계를 가뿐히 넘는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mbn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