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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일류(日流)를 이끌고 있는 대표 작가들의 소설 3편이 나란히 나왔다. 히가시노 게이고 '기린의 날개'(재인), 히라노 게이치로 '형태뿐인 사랑'(아르테), 에쿠니 가오리의 '벌거숭이들'(소담출판사)이다.
최근 교보문고의 조사에서 지난 10년간 한국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소설로도 뽑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은 범죄 추리 소설이다. 대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을 다룬다. '가가 형사 시리즈'의 9번째 작품. 일본에서는 영화로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쳤다. 가가 형사는 파이프를 문 셜록 홈즈나, 회색뇌세포를 믿는 에르쿨 포와로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다. '막히면 몇번이고 돌아간다'는 신념으로 현장을 발로 뛰며 조그만 단서 하나라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다.
'기린의 날개'에서 가가 형사는 도쿄 한복판 중년의 남자가 기린 조각상을 향해 기도하는 자세로 칼에 찔린 채 발견된 사건을 쫓는다. 용의자로는 건축 회사의 현장 글로자로 사고를 당해 다친 뒤 일방적으로 해고당한 청년이 지목된다. 이번 작품에서도 게이고는 고단하고 팍팍한 삶을 사는 일본 서민층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교토대 법대생이던 23세에 '일식'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히라노 게이치로는 그동안 깊이 있는 주제와 고풍스러운 한문투 문체로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로 꼽혀왔다. 최근 '결괴''던' 등을 통해 철학적 사유를 소설 속에 집적해온 그가 첫 연애 소설을 썼다. '형태뿐인 사랑'은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은 배우와 그녀의 의족을 만들게 된 디자이너의 사랑을 다룬다.
아름다운 다리를 가져 '마성의 여자'로도 불리던 배우 가나세 구미코는 빗길에 큰 사고를 당한다. 연인이자 기획사 사장인 류지는 불륜 사실이 알려질까 사고현장에 구미코를 두고 도망치고, 아이라는 우연히 현장을 지나가다 구미코를 병원에 데려간다. 배신과 실족의 아픔으로 나락으로 떨어진 구미코는 아이라와 점차 가까워진다.
"당신에게 사랑이란 뭐야?""최소한 물이나 공기처럼 없으면 죽을 정도의 것은 아니지." 아이라가 전처와 헤어질 무렵 나눴던 대화는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다시 그에게 질문을 해온다. "당신에게 사랑이란 뭐야?" 두 사람은 각자의 트라우마였던 과거와 화해하게 되고, 새로운 '사랑의 형태'를 마주하게 된다.
에쿠니 가오리의 '벌거숭이들'은 주인공인 치과의사 모모를 둘러싼 주변 인물 간의 잔잔한 듯 격렬한 일상을 그린다. 모모는 결혼을 꿈꾸던 연인과 헤어진 뒤 9살 연하인 사바시키와 사귀게 된다. 그의 주변에는 마흔이 넘도록 모태솔로인 요우, 인생 성공의 기준을 결혼에 둔 유키 등이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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