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과 난중일기.'
장황한 수식이 필요 없는 우리 민족의 대표 문화유산이다. 주목을 받았던 이들의 첫 만남이 무산됐다. 당초 오는 1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하는 '훈민정음과 난중일기: 다시, 바라보다'전(展)에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품인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과 충남 아산 현충사에 보관 중인 난중일기(국보 76호)가 나란히 전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반 개막을 이틀 앞둔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난중일기의 진품은 오지 못했다. 복제품인 영인본 7책만 전시됐을 뿐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측은 "보관 상태가 부실해 복원 수리 중이다. 2주 후에는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속사정은 달랐다.
난중일기를 관리하고 있는 현충사 측은 "현재 진품은 현충사에 있다"며 "충무공파 종회가 소유자인 충무공 15대 종부(宗婦)를 상대로 유물처분 금지 가처분 소송을 낸 결과 대전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지난달 20일 결정이 났다"며 "이에 따라 난중일기를 비롯한 이순신 유물 진품이 현충사를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난중일기 외에도 이순신 장군이 벽에 걸어두고 바라봤던 칼인 장검(보물 제326호)과 인조가 1643년 '충무공'이란 시호를 내린 교지인 증시교지(제1564호) 등이 함께 나왔지만 이들 유물 역시 복제품이다. 진품은 모두 현충사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간송문화재단 측은 "6개월 전부터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가 2주 전에 갑자기 법정 문제가 비화돼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난중일기 진품은 국가기록원 주최로 2010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기록문화유산 전시와 2012년 전쟁기념관 전시에 일부 출품된 적이 있다. 이번 간송 DDP 전시는 진품 7권이 모두 전시되는 형식일 뿐더러 세종대왕의 얼이 담긴 훈민정음 해례본과 동시 전시되는 것이어서 큰 기대를 모았다. 더욱이 간송과 DDP의 '시즌2'를 알리는 첫 전시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끌었다. 앞서 간송미술문화재단은 2014년 3월부터 3년간 DDP에서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비롯한 '간송문화전'을 열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훈민정음 해례본과 난중일기는 각각 1997년과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은 세종이 한글 창제의 이유와 용법, 해설 등을 담아 1446년 펴낸 서적이다. 값을 매길 수 없어 '무가지보'(無價之寶)라고도 불린다. 가치로는 1조원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으나 실제 보험가를 책정할 때는 수천억원으로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DP 측은 "이번 전시 보험료만 10억원이 넘는다"고 귀띔했다.
간송재단은 역시 국보인 '동국정운'(東國正韻, 제71호) 권1, 6도 공개했다. 동국정운은 세종의 명으로 신숙주, 박팽년 등이 1448년 편찬한 한자 표준음에 관한 책이다.
현충사에 있는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부터 1598년까지 7년 동안 전장에서 친필로 쓴 일기 7권을 묶은 서적이다. '임진일기' '계사일기' 등 해를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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