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
르네상스 시기 경제와 문화 대국으로 세계를 호령했던 이 아름다운 도시가 예술과 세상을 논하는 '미술의 바다'로 변신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권위가 있는 베니스비엔날레가 올해 제57회를 맞아 10일 언론에 공개됐다.
1895년 첫 닻을 올린 베니스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세계 미술 올림픽으로 각국 큐레이터와 작가가 직접 기획하는 국가관 전시와 총감독이 연출하는 '본전시' 두 축으로 열린다. 이번 국가관 전시는 '한국관'을 포함해 85개가 아드리아해와 인접한 자르디니 공원에서 열리며, 이곳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인 옛 조선소 아르세날레에서 본전시가 열린다.
본전시는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선임 여성 큐레이터인 크리스틴 마셀이 총감독을 맡았다. 주제는 '예술 만세'를 의미하는 '비바 아르테 비바'(Viva Arte Viva)다. 마셀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위기와 갈등으로 가득한 오늘날 세상에서 예술이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최후의 보루이며, 개인주의와 무관심에 대항하는 분명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예술가의 책임과 목소리,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술가와 함께하는, 예술가에 의한, 예술가를 위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시장은 '오늘날 예술가는 어떤 사람인지, 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세상을 관찰하고 교감하고 있는지'에 집중한 흔적이다.
초청 작가 120명 가운데 103명은 이번이 첫 베니스 비엔날레 데뷔 무대다. 한국 작가로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비디오 아티스트 김성환(42)이 흑인 문제와 미국의 위계질서를 담은 영상 작품을 출품했고, '도자기 작가' 이수경(54)은 버려진 도자기 파편을 이어 붙여 만든 5m에 달하는 '번역된 도자기:신기한 나라의 아홉 용'을 선보여 전통과 현대를 이으며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2년 전 임흥순 작가가 영상 작품 '위로공단'으로 2등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을 받은 만큼 본전시와 국가관에 한국 작가 4명이 참여한 만큼 13일 2회 연속 수상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관'(1995년 설립)은 재미 작가 코디 최(56)와 젊은 작가 이완(38)의 2인전 '카운터밸런스(Counterbalance·균형을 잡아주는 평행추)'라는 주제로 펼쳐진다. 작가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고 있다.
마치 카지노에 온 듯한 외관부터가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관 건물 입구 유리벽 위에 코디 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홍콩 마카오 카지노의 휘황찬란한 건물을 연상케 하는 '베네치아 랩소디'를 설치해 '카지노 자본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또 이민 초기 동서양의 문화적 충돌 속에 소화불량에 걸린 자전적인 경험담을 녹인 조각 '생각하는 사람'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패러디한 작품이자 재료가 화장지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완 작가의 대표작은 668개의 시계로 구성된 신작 '고유시(Proper Time)'. 작가는 "벽면을 가득 채운 시계 668개는 전세계 668명의 연봉, 노동시간, 식사 비용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속도로 회전한다"며 "자본주의 현장에서 개인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과 불균형한 세상을 짚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완은 또 서울 황학동에서 단돈 5만원에 구입한 사진 1412장의 실존 인물인 고(故) 김기문 씨의 삶을 '미스터K'라는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한국 근대화의 지난한 과정을 훑는다.
세계적인 미술 전문지인 '아트뉴스페이퍼'는 이날 2017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꼭 봐야할 국가관 전시 8개에 미국·영국·독일·호주 등과 함께 한국을 포함시켰다. 이 매체는 "엿보기 쇼와 무료 오르가즘이 한국관에서 제공된다"며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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