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히 밟아!"
18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한옥마을을 찾은 서서울생활 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은 서로의 어깨에 의지한 채 틀에 올라 누룩을 밟았다. 서로 '꼼꼼히 밟으라'고 타박을 주고 받으며 옛 조상들이 그랬듯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제 누룩 밟기는 기계의 몫이 됐지만 여전히 '발맛'이 제일이다.
잊혀져 가는 전통주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2017 전통주와 전통음식의 만남 축제'가 이날부터 19일까지 양일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주최로 열린다.
나쁜 것은 듣지 말라는 의미로 정월 대보름에 마시는 '귀밝이술', 여름의 무더위를 잊게해주는 향긋환 '과하주', 악한 기운을 잡는다 하여 새해에 많이 마시던 '도소주'. '한국인의 흥, 풍류 속 주(酒)별곡'이란 주제로 열리는 행사 곳곳에서는 보기 드문 전통주와 그에 어울리는 전통음식을 만나 볼 수 있다. 국내 전통주는 조선시대 때 그 종류만 수백 가지에 달했다. 하지만 일제 치하에 들어서면서 술이 과세 대상이 되고, 조선총독부가 세금을 더 많이 걷기 위해 양조장을 통폐합하면서 전통주의 명맥도 급격히 끊어졌다.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대표는 "우리의 조상은 밥상은 물론 술상도 허투로 차리는 일이 없었다"며 "모든 술과 음식에는 그 시절 문화와 지혜가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전통주와 전통음식 전시경연'. 전국의 전통음식을 공부하는 이들이 남산 한옥마을에 모여 관람객들에게 솜씨를 뽐낸다. 덕분에 사시사철을 담은 시절음식과 관혼상제부터 왕실의 제향 의례 등 조상의 각종 상차림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정월대보름에는 귀밝이술과 함께 오곡나물에 오곡밥을 먹었다. 겨울이라 나물 섭취를 못한 조상들이 모여 말린 나물로 환절기에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한 것이다. 정금미 전통음식연구원은 "부럼 깨기는 악운을 물리친다는 의미가 크지만 견과류에 풍부한 불포화 지방산이 겨울 내내 상했던 혈관과 피부를 기름지고 부드럽게 만들어주어 실제 부스럼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술이나 음식 뿐만 아니라 그것을 담는 그릇 하나 하나에도 의미가 서려있다. 왕실 제례에 쓰이는 '작'(술잔)은 세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천지인', 각각 하늘, 땅, 사람을 뜻한다. 잔받침은 사각형에 원이 그려진 형태다. 이는 땅은 네모나고 하늘은 둥글다는 천원지방의 사상이 담겼다. 임미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원장은 "최고급술도 세 번 밖에 거르지 않는데 왕실에서는 아홉 번 거른 술을 썼다. 우리 술에는 '정성'이 담기는 걸 으뜸으로 쳤다"고 설명했다.
누룩밟기, 막걸리 만들기, 꼬리절편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도 즐비하다.
이번 축제에는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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