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영원한 팬텀으로 불리는 배우 브래드 리틀(53) |
이번 '캣츠'가 그러하듯 그에게도 '오페라의 유령' 팬텀이 처음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정식으로 팬텀 역에 데뷔한 건 1996년 이지만 그가 팬텀으로 첫 무대에 선 건 1995년 여름이었다. "당시 팬텀 역의 언더스터디(주연배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신 투입되는 배우)였던 내게 공연 시작 2시간 전 연락이 왔다. 오늘 무대에 서야 하니 지금 당장 분장을 받으라는 전화였다. 대본을 총알이 뚫고 지나간 듯 한 무대였다. 너무 순식간에 끝났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팬텀으로 수많은 나라의 무대에 올랐지만 한국무대는 그에게 유독 특별하다. 2012년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 당시 메이크업 담당자가 그의 평생의 반려자가 됐다. 둘은 지난 4월 결혼해 한국에 자리를 잡았다.
-최근 결혼으로 '빵서방'이란 별명을 얻었다. 알고계신가?
▶'빵서방?' 처음 들었다. 이름이 브래드이니 빵서방이라 불리나보다. 장인어른은 내 성인 리틀에서 따서 '리서방'이라 부르신다. 한국 뮤지컬 팬들에게 대표 '서방'이 된 건가. 귀여운 별명이다. 마음에 든다. 앞으로 날 '빵서방'이라 불러달라.
-'캣츠'의 매력은 무엇인가? 제작진에게 직접 오디션 동영상을 만들어 보냈다고 들었다.
▶내한 공연이 점점 줄고 있어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 캣츠 내한은 최고의 행운이다. 배우에게 '캣츠'의 가장 큰 매력은 '팀'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팬텀'이라는 주연 캐릭터 하나를 중심으로 극이 흘러간다. 하지만 '캣츠'는 제목그대로 모든 모든 고양이들이 타이틀 롤이다. 캣츠에는 앙상블이 없다. 모든 배우들이 스타고 주인공이다. 나는 운동광인데 캣츠 연습은 마치 한 팀이 되어 승리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캣츠는 독특한 연습과정 '고양이되기(Being Cats)'로 유명하다. 2014년에는 배우에게 자신의 맡은 고양이역의 꼬리를 직접 만들라고 했다. 올해는 어떤 특별한 연습이 있었나.
▶정말 인상적이고 즐거운 연습과정이다. 연습초반에는 고양이에 관련된 전문서적을 함께 읽었다. 고양이는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기어다닐 때 척추를 뒤로 휘어서 걷는데 그런 지식을 실제 움직임에 반영해본다. 또, 제작진이 사전에 배우들의 향수를 취합해 여러개의 고양이 꼬리에 뿌려놓은 뒤 후각으로만 본인의 향이 나는 꼬리를 찾게 했다. 감각을 일깨우는 작업인데 쉽지 않더라. 찾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다.
-이번 작품에서 '올드 듀터로노미'로 무대에 선다. 뮤지컬 '캣츠'는 여러모로 배우들에게 도전인 것 같다. 배우들이 분장도 직접 해야하고 안무도 어렵기로 유명하다.
▶고양이들을 이끄는 늙고 덩치가 큰 선지자 고양이다. 어려운 점은 다른 고양이와 달리 직립을 한 채 연기를 해야한다는 점이다. 고양이들은 네 발로 기어다니지 않나. 사람처럼 선 채로 고양이의 특징을 표현해내는 게 어렵다. 걸음걸이나 두터운 털 의상 너머로 고양이스러움을 보여줄 수 있는 작은 이미지들을 연구하고 있다. 춤이 정말 큰 부담이다. 농담으로 늦게 오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곤 한다. 극 초반에 추는 군무를 안보게 되니까. 가장 나이 많은 고양이 중 한 명인데 다른 젊은 배우과 똑같이 해내기 위해 정말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계속 한국에서 배우로서 활동하시는 건가.
▶혼인신고 후 비자를 신청했고 다음달 외국인 등록증이 나온다. 앞으로 한국에서 배우로서도 계속 무대에 서겠지만 '캣츠'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아시아투어 프로덕션을 제작하려 한다. 현재 아시아투어의 경우 대부분 호주, 남아공 쪽에서 가지고 오고 있다. 이 투어 프로덕션을 한국이나 중국에서 제작하면 비용을 엄청나게 절감할 수 있다. 한국은 최적의 장소다. 한국의 뮤지컬 제작수준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못지않기 때문이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계시는데.
▶특출난 학생들이 많다. 그런 학생들의 성장이 한국 뮤지컬 산업 발전에 기여할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특정 스타배우들에게 의지하다보니 그들에게 돌아가는 게런티가 정말 높이 책정돼 있다.
-브로드웨이에 비해서도 그런가
▶거의 300~400%다. 브로드웨이에서는 리키 마틴도 그 정도의 게런티를 받지는 않는다. 실력이 좋은 배우들이 많아져서 돈이 좀 더 골고루 배분되고 제작사가 개런티 면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될 때 더 많은 양질의 공연이 무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배우로서는 앞으로 어떤 역에 도전하고 싶나.
='맨 오브 라
뮤지컬 '캣츠'는 7월 11일부터 9월 1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오른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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