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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붉은 스팽클 자켓을 입고 '하트브레이커'로 포문을 열었던 권지용(29·지드래곤)은 마지막 곡 '무제'를 앞 두고는 붙임 머리도 떼고 흰 티셔츠 한 장만을 입은 채 4만명의 관객 앞에 섰다.
지난10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월드투어 '액트 Ⅲ: 모태'(ACT Ⅲ, M.O.T.T.E)는 새 앨범명 '권지용'이 그렇듯 슈퍼스타 지드래곤이 아닌 인간 권지용의 무대였다. 타이틀 '모태(母胎)'는 어미의 태안을 뜻한다. 자신의 근본과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겠다는 선언이다. '액트Ⅲ'은 세 번째 솔로앨범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이자 30대, 인생 3막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지드래곤은 솔로가수로서 자신의 성장서사를 노래로 써내려가듯 솔로 앨범에 수록된 순으로 24곡을 노래해 나갔다. 모태라서 태아를 형상화한 빨간색을 많이 썼다는 본인의 설명처럼 공연장은 두 시간 반 가까이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패셔니스타답게 이날 지드래곤은 빨간 점퍼부터 버건디 양복까지 다양한 붉은 의상을 소화했다.
"권지용이란 사람의 첫 번째 콘서트를 관람하고 계십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요." 그의 말처럼 여러모로 '처음이자 마지막인' 공연이었다. 이날은 8일 발매한 신곡을 무대에서 첫 선보이는 자리기도 했다. 30대를 시작하는 지드래곤이 느끼는 고민, 진심, 감정 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다섯곡이 담긴 새 미니앨범 '권지용'을 4년 만에 발매하게 된 소회도 전했다.
타이틀곡 '무제'는 모든 국내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39개국에서 아이튠스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며 해외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중국에서는 한한령을 뚫고 QQ뮤직 5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데 이어 발매 첫날 앨범이 76만여 장 팔렸다. 그는 "앨범이 많은 곳에서 1위를 했다고 들었다"며 "사실 많은 일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나 심신적으로나 힘들었다. 이번 공연의 이름이 '모태'인데 정말 못할 뻔 했다"고 고백했다. 최근 탑 사건을 연상시키는 멘트였다.
이날 게스트로 참석한 '아이유'와 함께 그가 피쳐링한 '팔레트'도 무대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몇 년간 그를 무대에서 보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지드래곤은 내년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데다 곧 북미와 오세아니아를 포함한19개국 월드투어를 떠나기 때문이다. 아이유는 "피쳐링의 보답으로 냉장고에 지드래곤 선배의 얼굴로 띠를 두른 소주를 가득채워 보내드렸다. 입대 전까지 열심히 드셔야 할 거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내년에 군대를 간다. 갔다 오면 서른둘, 셋이다. 돌아오면 매니큐어는 못 칠하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싸이, 세븐, 씨엘, 산다라박 등 동료 가수들과 그의 부모와 누나, 스태프, 매니저 등에게 지드래곤과 권지용은 각각 어떤 사람인지 묻는 영상은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지드래곤이 그들에게 위대하고 트렌드를 주도하고 영감을 주는 존재라면 권지용은 귀엽고 잔소리 많고 정이 많다는 상반된 답이 돌아왔다. 영상 이 끝난 직후 "저 누굴까요?"라고 관객들에게 물은 지드래곤은 '개소리'를 시작으로 새 앨범 수록곡들을 차례대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개소리'는 자신과 친한 친구들을 개로 표현하면서 주변의 시선, 상황을 신경 쓰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며 즐겁게 즐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가진 게 너무나 많아 잃을게 그보다 더 많다"는 가사의 '슈퍼스타'는 돈, 명예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왠지 모를 공허함을 느낀다고, 그래서 자신은 1988년 빈티지에 집착한다고 고백한다.
이번 공연은 권지용이 뮤지션으로서나 인간적으로나 확실히 성장했음을 증명해낸 무대였다. 그는 "여러분들 덕에 좋은 하루하루, 감사한 하루, 그 누가 봐도 행복한 나날을 지내고 있다. 이 순간이 어릴 적부터 꿈이었고 쉼 없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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