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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천 농다리에서 문화여권에 도장을 찍는 이새별 씨와 조은재 씨. |
인구 8만명의 충북 진천군은 사실 관광지로 이름난 곳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초여름 더위가 완연하던 지난달 마지막 수요일 진천에서 마주한 광경은 신선한 정취를 자아냈다. 마침 이날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가 있는 날' 지역특화프로그램으로 선정된 '생거진천 문화짱날' 행사가 열리던 날. 진천 곳곳의 문화유적지를 방문할 때마다 문화여권에 도장을 찍고, 이렇게 모은 도장들로 매달 마지막 수요일('문화가 있는 날') 진천중앙시장서 열리는 각종 이벤트에서 혜택을 받는다. 여권은 진천 내 모든 공공기관에서 발급 받을 수 있다.
여권을 받아 들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문백면 굴티마을에 자리한 '농다리'. 얼핏 잔잔한 시내를 가로지르는 투박한 돌무더기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천년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한국 최고(最古)의 다리다. 고려 중기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이 다리는 울퉁불퉁한 돌의 원래 모양을 그대로 쌓았음에도 강철 같이 견고한 게 특징이다. 돌과 돌 사이 구멍도 숭숭해 건너가면서도 은근한 스릴감이 전해졌다. 이곳에서는 지역민과 관광객들을 위해 매년 늦은 봄 '진천농다리축제'가 열린다.
농다리 못잖게 이름난 곳은 도당산 자락에 위치한 길상사.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의 영정을 봉안하고 있는 이곳은 충청북도 기념물 제1호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신라 때부터 김유신의 태가 묻힌 곳에 사당을 세우고 나라에서 제사를 지내왔다는 기록이 있다. 길상사로 향하는 길은 양옆으로 나무가 짙게 우거져 햇빛이 잘 들지 않을 정도였다. 역시 온갖 나무로 뒤덮인 사당과 그 앞뜰은 고즈넉하고 경건한 기운이 가득했다.
이외에도 아파트 14층 높이에 맞먹는 거대한 목탑이 자리한 보탑사를 비롯해 김유신 탄생지, 천주교 배티성지, 독립운동가 이상설 생가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진천에 온다면 여권을 들고 바삐 누빌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예부터 평야가 넓고 비옥해 '생거진천(살아서는 진천에 살라)'이란 별명을 지닌 진천은 이처럼 또하나의 숨겨진 문화유적 도시다.
명소를 돌며 열심히 모아온 여권 도장은 이날 저녁 진천중앙시장에서 쓸모가 있었다. 여권을 보여주면 각종 게임에 참여해 푸짐한 상품을 얻거나 시장의 갖은 먹거리를 접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라면 창포물에 머리감기, 황태 때리기, 궁중한복 입어보기 등 다양한 체험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다. 창포물 머리감기에 도전한 박지윤 양(11)은 노르스름한 물색깔에
'생거진천 문화짱날' 행사는 오는 10월까지 매달 마지막 수요일 열린다. (043)256-4050
[진천 =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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