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석조전은 슬픈 근현대사의 산물이다. 1910년 완공한 대한제국 최초의 서양식 석조건물이지만 서구 열강에 치여 건축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1900년 착공할 당시 영국인 G.R.하딩이 기본 설계를 했다. 기둥 윗부분은 이오니아식, 실내는 르네상스식 건물로 공사비 130만원(元)이 투입됐다. 그러나 준공 당시 이미 대한제국 말기어서 황제국 궁궐로 사용되지 못했다. 고종 황제가 살아 있을 때 잠시동안 사용했을 뿐이다. 해방 후에는 미·소공동위원회 회담 장소로 사용됐다. 1953년부터는 국립박물관, 1998년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덕수궁미술관으로 개관했고, 2013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런데 1910년대 석조전에서 당대 피아니스트 김영환이 고종 황제의 생신 연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는 기록이 있다. 음악이 기우는 국운과 황제의 아픔을 위로했다.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소는 이 기록을 그 바탕으로 2015년부터 석조전 음악회를 열고 있다. 연간 관람객 1200여 명이 참여하는 덕수궁의 대표적인 문화행사다.
올해는 대한제국 12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클래식 음악이 울려퍼지고 있다. 지난 7월 시작해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열린다. 지난해 석조전 음악회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던 연주자들 위주로 무대에 서고 있다.
27일에는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 기념 공연으로 바리톤 오세민 등 성악가 4명이 대한제국 시기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를 곁들여 대한제국 애국가 등의 노래를 부른다.
10월 25일에는 바리톤 정지철 등 김자경 오페라단 소속 성악가들이 오페라 아리아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캣츠'의 대표곡 등 대중에게 익숙한 명곡을 부르며 관객을 맞이한다. 11월 29일에는 팬플룻 연주자 김창균과 클래식 하모니카 연주자 이병란이 지난 7월 행사 연주자인 첼리스트 김해은과 기타리스트 장대건과 함께 이색적인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음악회 신청은 덕수궁관리소 누리집에서 매달 음악회 1주일 전 수요일 오전 1
석조전 음악회는 무료로 진행된다. 공연 당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는 덕수궁 입장도 무료이기에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음악회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덕수궁관리소로 문의하면 된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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