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신라 왕실에서 수세식 화장실이 쓰였음을 보여주는 유적이 발견됐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사적 제18호인 경주 동궁과 월지(안압지) 북동쪽 지역에서 화장실 건물과 석조 변기, 오물 배수시설을 발견했다고 26일 발굴현장 현장설명회에서 밝혔다. 이같이 배수시설이 갖춰진 수세식 형태의 화장실 유적이 한반도에서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발견된 화장실 유구는 화장실 건물 내에 변기시설과 오물 배수시설이 갖춰진 형태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변기가 있고, 여기서 나온 오물이 물과 함께 배출되도록 기울어지게 설계된 암거(暗渠·지하에 고랑을 파서 물을 빼는 것) 시설이 함께 있는 구조다. 변기는 사람이 양 다리를 딛고 쪼그려 앉을 수 있는 구조물과 그 밑으로 오물이 나갈 수 있는 타원형 구멍이 뚫린 또 다른 구조물로 조합되어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측은 "물을 유입하는 설비가 따로 갖춰지지 않은 점으로 미뤄 항아리에서 물을 떠서 변기에 흘려 오물을 씻어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며 "고급 석재인 화강암이 쓰였고, 변기 하부와 배수시설 바닥에 타일 기능을 하는 전돌을 깐 것을 보면 신라왕실에서 사용한 고급 화장실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화장실 건물 안에 변기와 오물 배수 시설이 함께 발굴된 사례는 없었다. 이날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장은혜 연구사는 "7세기 중엽 백제 익산 왕궁에서는 일종의 푸세식인 배수저류식 화장실이, 8세기 경주 불국사에서는 하부 배수시설이 없는 그냥 변기만 발견됐던 것에 비해 이번에 발견된 동궁과 월지 화장실 유구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고급 형태임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과거 '안압지'로 불린 경주 동궁과 월지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직후 문무왕 14년(674년) 시절 세워진 동궁과 주요 관청이 있었던 곳으로, 1975년 문화재청의 전신인 문화재관리국 경주고적발굴조사단에 의해 처음 조사되었다. 당시 인공 연못과 섬과 함께 3만 여 점의 유물이 출토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2007년부터는 동궁과 월지 북동쪽에서 발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화장실 유적 외에도 남북 길이 21.1m, 동서 길이 9.8m로 추정되는 대형 가구식 기단 건물지가 확인됐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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