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을 꾸며 식은땀을 쏟았어요. 홀로 무대에 올랐는데 객석이 텅 비어있더군요.(웃음) 간만에 제대로 긴장하고 있습니다."(오지호)
"요즘 전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한 아기 같아요. 말로 감정을 표현하기가 너무 낯설고 부끄러웠죠. 그런데 목도 근육인가봐요, 하다보니 튼튼해지네요."(김주원)
떨어져 있는 연인에게 사랑을 전하는 수단으로 편지와 공중전화가 유일했던 시절. 1990년대 전 세계 젊은이들의 심장을 흔들었던 프랑스 질 미무니 감독의 영화 '라빠르망'(1996)이 국내에서 고선웅 연출의 연극으로 부활한다. 제목은 원어의 발음을 살려 '라빠르트망(L'appartement)'. 원작 영화는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정교한 태피스트리처럼 짜인 감각적 연출과 주역을 맡은 모니카 벨루치·뱅상 카셀의 눈부신 외모로 개봉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널리 회자되는 작품이다.
현존하는 미의 화신이라 불렸던 벨루치가 분한 리자 역에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이, 사랑 때문에 끝없이 고뇌하는 청년 막스 역에는 데뷔 20년차 드라마 스타 오지호가 캐스팅됐다. 김주원, 오지호 모두 연극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연을 일주일 께 앞둔 10일 LG아트센터에서 연습에 한창인 둘을 만났다.
"평생 무대에서 몸만 써왔기에 말로 감정을 주고 받는 것에 대한 호기심은 늘 있었죠. 연출님은 걱정하는 제게 아무 준비 말고 그냥 큰 소리로 책 읽는 연습만 해오라시더군요. (웃음) 영화 속 클로즈업으로 전달되는 미묘한 감정과 매력을 연극에서는 몸짓으로 드러내기 위해 저를 떠올리셨나봐요."(김주원)
드라마 '추노''내조의 여왕''환상의 커플' 등 수많은 흥행작에서 주역을 맡은 오지호에게도 첫 연극 무대는 긴장의 연속이다. "무대에서 대사를 까먹으면 어쩌지 싶은 공포까지 들어요. 촬영할 때와는 전혀 딴판이죠. 함께 출연하는 베테랑 연극인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그분들에게 저희는 이방인이잖아요, 그러니 더 잘해야죠."(오지호)
원작은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6명 남녀의 사랑이 잔인하게 얽히고설킨 이야기. 매혹적인 여배우 리자, 약혼녀가 있지만 어떤 계기로 과거 연인이었던 리자를 찾아 헤매기 시작하는 막스, 그런 그에게 집착하는 알리스가 중심이 된다. 연극 '한 여름 밤의 꿈''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 등 뚜렷한 개성이 범벅된 수작들로 이름난 고선웅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 역시 원작 뼈대를 살리되 한층 명확하고 유쾌한 색깔을 더했다.
"발레라는 클래식 장르를 하던 사람으로서 제게 요즘은 모든 게 너무 빠르고 각박한 시대예요. 편지와 공중전화로 사랑을 속삭이던 시절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몰입이 됩니다."(김주원)
"혹자는 사랑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막스를 욕하지만 저는 공감가는 면이 많더군요.(웃음) 사랑관이 뚜렷한 인물들의 애처로운 몸짓이 볼거리죠."(오지호)
원작 영화 '라빠르망'은 주역을 맡은 모니카 벨루치와 뱅상 카셀이 실제로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며 더욱 화제가 된 작품. 이 말을 꺼내자 둘은 웃음을 터트렸다. "오빠는
공연은 18일~11월5일 LG아트센터.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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