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하며, 여자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남북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은 또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개막 전 금강산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와 북측 마식령스키장에서 남북 스키선수들의 공동훈련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남측은 현지 시설점검 등을 위해 23일부터 25일까지 선발대를 파견합니다.
남북은 1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개최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위한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11개항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했습니다.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림픽 개막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팀을 강행하려고 하지만 정작 단일팀 당사자인 대표선수들은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이끄는 새라 머리(캐나다) 감독은 대표팀 전지훈련과 짧은 휴가 일정을 마치고 16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남북 단일팀에 대한 아무런 사전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올림픽이 이렇게 임박한 시점에서 단일팀 얘기가 나온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머리 감독은 “지금처럼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추가될 경우 조직력에 위험이 될 수 있다”며 “(북한 선수에게) 대표팀의 시스템을 가르치는 데만 해도 한 달이 걸린다. 나 역시 불안하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북한 선수들이 들어오면 한국 대표팀 전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도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 머리 감독은 “2~3명 정도는 우리 대표팀에 도움이 될만한 수준”이라면서도 “그나마 우리 1~3라인에 들어올 만한 수준의 선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어 “늦게 합류하는 북한 선수들에게 자리를 뺏기는 선수들은 박탈감으로 사기가 꺾일 것”이라며 선수들의 사기에 대한 걱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특히 머리 감독의 걱정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는 “만약 단일팀이 성사되더라도 나는 우리 선수를 먼저 챙기겠다. 내게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은 없길 바란다”며 정치권 압박이 선수 기용에까지 파고드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무리한 단일팀 구성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큽니다.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 72.9%가 ‘무리해서 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서도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반대하는 청원이 100건 이상 올라왔습니다.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한국과 경기를 치르는 상대 팀도 단일팀 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의 첫 경기 상대인 스위스의 아이스하키협회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일팀을 통해 남북한이 서로 가까워진다면 세계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지만, 스포츠의 관점에서는 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세계랭킹 6위인 스위스는 “다른 모든 팀도 여자 대표팀에 많은 돈과 자원을 투자했다. 만약 남북한 단일팀에 한해서만 엔트리를 증원한다면 이는 공정하지 않고 경쟁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공정한 경쟁이 생명인 스포츠에 정치적 입김이 개입되는 것에 대해선 거부감을 드러낸 셈입니다.
이처럼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같은 입장입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단일팀은 평화올
현재로선 남북 단일팀 구성이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고조시키겠다는 정부 의도와 달리 평창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인 반발과 내부 갈등만 키우는 역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