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수와의 인터뷰를 마친 기자의 머릿속에는 나태주 작가의 <풀꽃>이 떠올랐다.
우리는 사람을 볼 때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잊지 못할 기억을 갖곤 한다. 첫인상, 첫사랑. ‘처음’이라는 단어가 함유한 힘은 그 무엇보다 강력하다. 촬영이 시작되고, 오프닝 녹화에 임한 김기수는 아담한 영상 스태프를 배려해 들어만 봤던 ‘매너다리’를 선보였다. 긴 다리를 쭉 찢어 힘들었을 법도 한데 그는 특유의 밝음으로 당연한 듯 당차게 인사했다.
그의 센스는 인터뷰 시작부터 빛을 발했다. 섀도우 색상도 그날 의상에 맞춰 매치할 뿐 아니라 렌즈, 액세서리, 네일 등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에서 그의 감각이 묻어났다. 인터뷰 당일 ‘자주빛 요정’이 연상됐던 그는 중간중간 의상에 맞게 한 자신의 화장을 자랑했다. 그 중 유튜버 특성 상 손이 많이 노출돼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네일’이라며 직접 네일아트를 하기도 한다고.
“화장하는 남자로 방송 재기하고 선,후배,동료들 만나면 ‘요즘 보기 좋다’고 칭찬과 격려 많이 해주세요. 그래서 더욱 힘을 얻기도 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 더 노력하게 돼요.”
개그맨에서 뷰티 유튜버 크리에이터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김기수. 환해진 얼굴이 그가 지금의 삶에 얼마나 만족을 느끼는 지 느낄 수 있었다. 문득 뷰티 유튜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다.
“어릴 적 아역배우를 했었어요. 당시 현장에서 배우들이 분장 차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완전 확 바뀌어서 나오는 거에요. 그야말로 충격이었죠(하하). 그때부터 시간만 나면 분장 차에서 놀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메이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아요. 집에선 엄마 화장품을 갖고 놀다가 망가뜨리기도 여러 번이었어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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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맨 겸 뷰티 유튜버 김기수 씨 |
김기수에게는 그만의 강렬한 색이 있다. Following이 아닌 leading. 트렌드에 민감한 뷰티 분야에서 김기수는 어느덧 이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패션쇼를 보며 메이크업 공부를 한다는 그는 해외 소식지를 통해 트렌드를 미리 예측한다고. 그가 하고 있는 방송의 대표 콘텐츠인 ‘예살그살’(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 제작진의 섭외에 몇 차례 고사했으나 그럴수록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은 김기수가 아니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단다.
“곰손(손재주가 없는 사람을 비유한 말)들을 위해 재미있게 기초부터 알려주는 기획의도가 좋아 같이 하게 됐어요. 화장, 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그러나 이왕 화장할거면 저 김기수와 함께 예뻐졌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이었죠”
방송 뷰티 꿀 Tip에 대한 팬들의 지지가 꽤나 두터웠다. 퍼프에서 쓰지 않는 부분을 잘라서 사용해 모공 커버력을 좀 더 높인다던가 하는 등의 김기수 식 뷰티 팁은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다.
“뷰티팁은 직접 터득한 게 많아요.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을 알게 되면 보완하기 위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요. 사실 잔머리를 많이 굴리다 보니 별게 다 나오더라고요(하하). 또 남들이 하지 않는 방법들을 찾으려다 보니 의외의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요”
유뷰브 영상촬영 준비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다. 카메라 셋팅부터 소품준비까지 반나절은 걸릴 것 같은데.
“사실 준비는 얼마 안 걸려요. 카메라랑 조명등은 제가 항상 쓰는 걸로 세팅이 되어있거든요. 근데 컨셉트를 잡고 메이크업을 하면서 망치는 경우도 있고, 하다 보면 결과가 맘에 안 드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지웠다 다시 하고 지웠다 다시 하고 반복할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면 메이크업만 한나절이 걸릴 때도 많죠. 경험 삼아 이것저것 터득하기도 하고,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완성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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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버 김기수 씨가 MBN과의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
대부분의 콘텐츠를 직접 기획, 편집한다는 그는 남들이 많이 하는 컨셉트를 한 번 뒤집어서 생각해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가령, 개강메이크업이라고 하면 차분하고 성숙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게 보통의 생각일 텐데 눈에 확 띄는 블랙립을 강조해서 ‘개강스타 되는 메이크업’ 이런 식으로 뒤집어서 아이디어를 내곤 해요”
<김기수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는 최근 책으로도 출간됐다. ‘보기 쉽게! 알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졌다는 이 책은 김기수가 처음 선보이는 뷰티 저서다. ‘김작가’라는 호칭에 부끄러워하던 그는
“그 동안 방송으로 보여드렸던 내용을 알기 쉽게 재편집하고 방송에 미처 담지 못했던 내용을 구성한 결과 같아요. 저만의 코드를 가미해 화장을 ‘놀이’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에요” 라고 말했다.
여성 뷰티 유튜버들로 가득한 상황 속 ‘남성’이라는 것이 좋은 점도, 애로점도 있을 것 같다고 묻자
“사실 장점은 그렇게 많지 않고요, 희고 투명한 피부를 표현할 때 가장 힘들어요. 아무리 관리를 해도 두껍고 거친 피부를 일단 잡고 시작해야 하기에 피부표현이 가장 어렵죠”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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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버 김기수 씨가 MBN과의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
김기수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또 ‘춤’이다. <개그콘서트>의 ‘댄서킴’때부터 지금까지도 각종 시그니쳐 포즈로 사랑 받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 앞에 서는 걸 좋아했다는 그는 기자의 갑작스런 시그니쳐 포즈 요청에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요염한 자세를 취했다.
끼를 타고났을 것 같은 그도 알고 보면 성실한 ‘노력파’였다. 타고 난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손사래 치며 이렇게 말했다.
“저요, 사실 노력 엄청 해요. 연습을 하고 또 하고 하죠. 잡지책 보면서 모델 분들이 어떤 메이크업에 어떤 포즈를 하는지 머릿속에 담아두고 거울 보면서 그게 몸에 밸 때까지 연습해요. 쉴 틈 없이 노력하고 있어요(웃음)”
유튜브 방송 중 마음에 들었던 방송에 대해서는 “원래 센캐(릭터) 메이크업을 좋아한다”며 “거미인간 메이크업, 클레오파트라 메이크업 등 개인적으로 자신만의 시그니쳐가 될 수 있는 메이크업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이 “이건 김기수밖에 소화하지 못한다”란다. 전체적으로 너무 화려해 쉽게 따라 하지 못한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고 받아치자 “중반부까지는 과한 메이크업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데일리 메이크업까지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있다”며 남성분들을 위한 메이크업도 꾸준히 올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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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잘 나가는 유튜버' 김기수 "강유미, 안영미와 실버버튼 개봉기, 감동이었죠"
[MBN뉴스센터 김소라 기자(sora@mbn.co.kr)/ 강다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