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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쿠문고' 고성배 편집장. [사진 = 더쿠문고 제공] |
그가 2년 전 책을 만들겠다며 다니던 직장을 퇴사했을 때 지인들은 하나같이 만류했다. "돈이나 벌 수 있겠느냐"며 면박을 주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평소 관심 있었던 것을 한 권씩 책으로 만들어 어느새 12권의 단행본을 발행했다. 1인 출판사 '더쿠(The Kooh) 문고'의 편집장 고성배 씨(33) 이야기다.
그는 지난 4월 신작 '동이귀괴물집'을 발표했다. 이후 많은 관심이 쏟아지며 온라인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는 두 달여 만에 8900명 가량의 후원자가 몰렸다. 책을 발행하기 위한 후원금도 1억 4500만 원을 넘어섰다.
매경닷컴은 지난 26일 서울 중랑구 소재 고 더쿠문고 작업실 인근에서 고 편집장을 만나봤다. 그는 본래 건축학과를 나와 건축 사무소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조직으로부터 자유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마케팅 카피라이터로 이직을 했다. 그는 "출판 일을 시작하기 전 사내에서 '훌륭한 직원'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손색없는 직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출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우연히 자기계발을 위해 들른 아카데미에서 '잡지 만들기' 수업을 들으면서 부터다. 그는 "처음에는 회사를 더 잘 다니기 위해 취미로 아카데미에서 '잡지 만들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면서 "그런데 관심 분야들을 잡지와 책으로 내놓다 보니 재미를 붙여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단행본 출판사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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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이귀괴물집. [사진 = 온라인 펀딩 플랫폼 `텀블벅` 캡쳐] |
이 중에서 최근 선보인 한국형 몬스터 도감 '동이귀괴물집'은 전례 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후원 광고를 냈던 펀딩 사이트에도 "독립출판물에 후원 금액이 1억 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라는 반응이다. 그는 "아직도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어리둥절하다"며 "한국 괴물들이 생각보다 알려져 있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이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며 얼떨떨해 했다.
'동이(東里)귀괴물집'은 고전 문헌에 등장하거나 구전되는 한국의 괴물과 귀물(귀신)을 모아 놓은 한국형 '몬스터 도감'이다. 책의 내용은 귀/괴/신/물 4종으로 나뉘어 있으며 200 종에 해당하는 괴물들의 출몰 지역이나 시기, 참고 문헌 등을 소개한다. 이 책을 위해 고 편집장은 서적 54권과 21개 기타 자료 등을 참고했다. 그는 "여러 자료들을 참고하다 보니 상반된 내용의 문헌을 두고 둘다 책에 싣거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은 제외하기도 했다"며 "내용의 특성상 절대적인 자료는 아니기 때문에 수정이 들어간 후속작이나 확장판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귀괴물에 대해 기존에 정리한 책이 없다 보니 새로운 귀괴물의 이름을 정하는게 힘들었다" 며 "괴물들의 특징을 따서 직접 이름을 짓고 따로 표시를 해 뒀다"고 덧붙였다.
현재 고 편집장은 '동이귀괴물집'의 마감 작업에 한창이다. 그는 "최근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독자들의 지지가 큰 만큼 그에 부응하는 양질의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며 "앞으로도 한 권 한 권 꾸준히 오래 책을 만드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큰 목표다"고 밝혔다.
이어 '하고 싶은 일'을 두고 현실에서 갈등하
[디지털뉴스국 문혜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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