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문신 유득공이 서울 풍속을 기록한 '경도잡지'(京都雜志)를 보면 "정월 보름날 세운 볏가릿대를 풀어내려 솔잎을 깔아 찐 떡을 나이 수대로 노비들에게 먹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솔잎을 깔고 찐 떡은 바로 송편. 추석이 아닌 정월 보름날에 송편을 빚어 먹은 것입니다.
연중 먹었던 송편이 추석 명절 음식이 된 것은 18세기 들어서입니다.
나경수 전남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지난 5월 한국민속학회 학술지 '한국민속학'에 게재한 논문 '대표적인 세시절식(歲時節食)의 주술적 의미'에 따르면 조선시대에 송편은 평소에도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사당이나 종묘에 제사를 모실 때 송편을 만들었고, 평소에도 빚어 먹었습니다.
나 교수에 따르면, 조선 초기 문헌에는 송편을 먹은 날이 초파일·삼짇날·단오·한식·2월 초하루로 다양했습니다.
병자호란 때는 만주로 끌려간 사람이 집단으로 거주한 곳에서 송편이 고려병(高麗餠)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송편이 '추석 음식'이 된건 18세기 들어서입니다.
19세기 중반 홍석모(1781∼1857)가 저술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처음으로 추석에 송편을 만든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나 교수는 "18세기 이후 어떤 이유로 송편이 추석과 연결됐는지는 그 까닭을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나 교수는 송편을 만두나 경단, 도자기처럼 '빚는다'고 하는 데에 주목했습니다.
반죽을 해서 입체적 형태를 만드는 '빚다'는 말에는 '무언가를 바라는'
나 교수는 "송편이 추석 음식이 되면서 풍년을 바라는 의도가 더욱 명확하게 발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 교수에 따르면, 고물을 넣어 만든 송편은 벼 모양을 닮았는데, 아마도 옛 사람들은 벼가 송편처럼 속이 꽉 차고 크게 영글기를 소망하며 송편을 빚었을 것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