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비평의 거두(巨頭)이자 '1세대 문학평론가'인 김윤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25일 저녁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한국문학 안과 밖을 면밀하게 연구하며 한국문학 연구가 거대한 뿌리를 내리는 데 기여한 고(故) 김윤식 교수는 학계와 문단의 거리감을 좁히며 '현장 비평'이란 화두를 실천한 장본인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최근까지도 문예지 현대문학 등에 월평(月評)을 직접 쓰며 젊은 세대의 문학세계와 만나기를 기꺼이 즐겼다.
고인은 문학계 원로이면서도 중견 작가부터 신인 작가들에게까지 애정을 쏟았다. 생전의 고 박완서 소설가도 고인을 두고 "발로 뛰고 눈을 더듬어 동시대의 '문학 지도'를 만들었다"며 그의 업적을 치하한 바 있다.
1936년 경남 김해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사범대 국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재직하며 30년간 후학을 양성했다. 독보적인 위치의 학자이자 늘 살아 있는 비평가였던 고인은 2001년 서울대 인문대학에서 정년을 맞았고 최근까지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명지대 석좌교수로 글을 쓰며 문학계 거목으로 자리했다.
서울대 교수직 퇴임 즈음인 2001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고, 이후 예술원 문학분과 회장을 지냈다. 대한민국황조근정훈장(2001)과 은관문화훈장(2016)을 받았다.
고 김윤식 교수의 주요 저서는 200권이 넘는다. '한국근대문예비평과 연구', '이광수와 그의 시대', '한일근대문학의 관련양상신론' 등의 저서를 집필한 고인은 한국 근현대 문학을 아울렀고 '낯선 신을 찾아서', '지상의 빵과 천상의 빵', '설렘과 황홀의 순간' 등을 집필하며 동시대 독자와 스스럼없이 대면했다. 후학들에게 고인의 저서는 문학비평의 교과서이자 문학연구의 정본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2000년까지 무려 100권을 내 이듬해 교수 정년퇴임을 기념해 그간 쓴 책들의 서문을 모은 '김윤식 서문집'을 출간했다. 이
고인은 현대문학 신인상, 한국문학 작가상, 대한민국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편운문학상, 요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대상(학술 부문), 청마문학상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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