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워드 K팝 / (17) 리바이트 유나이티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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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실력파 가수의 뒤엔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가 있었다. 폴라리스는 이들의 멘탈이 흔들리기 좋은 시기에 체계적인 매니지먼트로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스포트라이트를 비켜난 가수라도 기획 포인트만 잘 찾아내면 인기 아티스트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남겼다.
2006년 방위사업체 일광공영의 자회사로 출발한 폴라리스는 회사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키워 지금은 '리바이트 유나이티드'라는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 그룹에 소속된 회사들은 뿌리인 폴라리스를 비롯해 걸그룹 '이달의 소녀'가 소속된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중심 회사인 뉴타입이엔티까지 각기 다른 색깔의 세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듣는 K팝' 시장을 겨냥한다는 것. '청취형 K팝'이라는 키워드로 리바이트 유나이티드를 살펴봤다.
◆ K팝, '곡'이 좋아야 뜬다
힙합을 앞세운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은 엔터사들에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K팝을 퍼포먼스 예술로 소비하는 수요뿐만 아니라 청취용 노래로 즐기는 글로벌 수요가 늘고 있다는 깨달음이다. 이어 미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몬스타엑스와 NCT127 역시 힙합 곡에 힘을 잔뜩 줬다. 최근 주요 엔터사가 한 앨범에만 작곡가 수십 명의 이름을 올리며 좋은 노래 만들기에 혈안이 된 이유다.
신인 걸그룹 '이달의 소녀'에 거액을 투자한 리바이트 유나이티드의 자신감도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팀으로 데뷔하기 전에 개별 멤버부터 한 명씩 공개하며 100억원 이상을 들였다.
전체 12명으로 구성된 이 걸그룹은 한 달에 한 멤버씩 차례대로 등장하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선공개된 개별 멤버 인기를 전체 팀으로 수렴한다는 구상이었다. 역발상 전략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두 번째 유닛팀으로 등장한 '오드아이써클'이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 10위를 비롯해 각국 K팝 순위표를 휩쓸었다. 뒤를 이어 나온 솔로 이브, 츄, 고원, 올리비아 혜도 글로벌 차트에서 눈에 띄는 성적표를 받아왔다.
정병욱 음악평론가는 "청취형 K팝이라는 기획사 기치가 무색하지 않게 공개한 곡 중 상당수가 해외 K팝 팬들이 좋아할 만한 사운드나 장르를 반영했다"며 "특히 리듬앤드블루스(R&B), 퓨처베이스 기반의 일렉트로닉 음악의 경우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 그룹 노래에 밀리지 않는 퀄리티를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 100억원 회수할 만한 노래였을까
그러나 이달의 소녀는 국내 인지도가 아직 미미하다. 개별 멤버의 곡이 해외 차트에서 떴지만 정작 멜론, 지니뮤직, 소리바다 등 국내 디지털 음원 서비스에선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대중의 머릿속에 이달의 소녀가 어떤 팀인지 확실히 각인시킬 만한 '한 방'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김범수와 김태우는 기존에 한 번 정상을 경험한 가수들이었다. 이들이 인기를 다시 얻을 수 있었던 건 소속사가 그들의 기존 역량을 잘 찾아내서 입혀줬기 때문"이라며 "이런 기획사 능력을 아직 그룹 색깔이 뭔지 잘 파악되지 않은 신생 그룹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병욱 평론가는 "이달의 소녀는 솔로나 유닛 단위로 발표했던 노래들이 완전체로 발표한 곡보다 오히려 좋았다"며 "완전체 그룹은 음악이나 비주얼적인 콘셉트, 스토리 설정 등이 미숙하거나 아쉬웠다"고 평했다.
회사 측도 이를 인지하고 이달의 소녀의 이번 컴백 활동을 국내 인기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리바이트 유나이티드 관계자는 "리패키지 앨범 활동 기간인 6주 동안 국내 방송활동을 포함해 팬 사인회 등을 개최해 한국 팬 인지도를 차근차근 쌓아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 좋은 곡 찍어낼 자원은 충분하다
그룹사로서 리바이트 유나이티드는 내부 자원을 선순환할 만한 요소가 충분한 기업이다. 김범수·김태우가 거쳐간 자회사 폴라리스는 여전히 선예, 아이비, 한희준, 레이디스코드 소정 등 가창력 좋은 가수와 함께하고 있다. 프로듀서 중심 자회사 뉴타입이엔티에는 이름 난 음악 프로듀서들이 소속돼 있다. 대중적으로 인지도 높은 돈 스파이크 외에도 원택, 탁, 준조, 애런 등 주목받는 프로듀서들이 포진해 있다. 자회사 아티스트 간 활발한 컬래버레이션이 뒷받침된다면 신생 아티스트들이 더 빨리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황선업 평론가는 "원택이나 탁은 러블리즈를 비롯해 여러 아이돌 그룹에 준수한 곡을 주고 있는 프로듀서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프로듀서 회사를 가지고 있기에 음악적으로 탄탄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한 작곡가의 체력이 떨어지면 다른 사람에게 곡을 받는 식의 작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종명 리바이트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