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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 `노블레스 하이브리디제` 연작 가운데 서 있는 코디최 작가. |
30여년간 동서양의 문화 혼종을 변주해온 코디최(본명 최현주·58)가 '노블레스 하이브리디제(Noblesse Hybridige)' 연작을 선보였다. 17~18세기 서양 귀족이 사랑한 미술사조 로코코(Rococo)와 조선시대 양반의 사군자를 섞었다고. 로코코가 사랑의 신화를 화려하게 그려냈다면, 사군자는 절제된 선비정신을 일필휘지로 표현했다. 작가는 두 상반된 이미지를 동서양 기법으로 혼합했다. 서양 전통 안료인 유화, 동양 옻칠 대체재인 캐슈(cashew), 디지털 UV 프린트로 여러 겹 겹쳐 인조대리석 위에 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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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 '노블레스 하이브리디제' 연작 옆에 선 코디최. <사진제공=PKM갤러리> |
그는 "사실 20세기부터 이미 서양도 100% 서양이 아니다. 동양 문화를 많이 가져갔다. 우리의 심리적 문화공간도 이미 혼성화된 지 오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두 문화가 충돌할 때 고통이 따르기도 한다. 작가는 온 몸으로 혼돈을 경험했다. 1983년 미국 LA로 이민 갔을 때 인종차별과 문화적 충격에 시달렸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이민을 갔는데 내가 알던 미국이 아니었다. 멕시칸 갱들이 사는 빈민가에 살아서 백인들을 잘 못 봤다. 언어도 잘 안되고 미국 문화도 잘 몰라서 먹기만 하면 체하고 설사를 해서 3년 넘게 위장병을 앓았다. 거의 매일 소화제를 갖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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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본 뜬 조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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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blesse Hybridige #19728B, 2019'. <사진제공=PKM갤러리> |
"성경에서 다비드는 연약한 소년으로 기록돼 있고, 뉴욕 맨해튼에선 동성연애자의 상징으로 통한다. 이민 후 미약해진 내 정신 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다비드로 조각했다. 기독교에서 몸을 물에 담그는 침례는 새로운 사람이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문화 혼종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던 그의 시선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꽃과 난초가 그 증거다. 2000년부터는 컴퓨터 데이터 베이스(DB)를 활용한 디지털 프린팅을 시작했다. "창조할 때 상상력 보다는 데이터가 더 중요한 시대다. DJ가 음악을 믹스하듯이 이미지를 자유롭게 섞는다."
전시는 11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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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blesse Hybridige #19511C, 2019'. <사진제공=PKM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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