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정책으로 지원을 받았던 유수한 대기업 총수가 낙제점수 운운한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프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14일 작심한 듯한 말을 쏟아냈다. 초과이익공유제와 관련해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에 대해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발언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정부 견해를 묻자 "초과이익을 어떻게 정의하고 공유를 어떻게 할 것인지 기술적인 문제는 있지만 취지는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현 정부 경제성적표가 `낙제점은 면했다`는 이 회장 발언에 대해 "당혹스럽고 실망스럽기까지 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 장관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극복에 정부 역할이 상당했다는 건 국내뿐 아니라 외국 석학과 언론, 국제기구도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장관은 "정부 정책 중 어떤 면이 겨우 낙제점을 면할 정도인지 (이 회장에게)묻고 싶다"며 "지적하면 수정하겠다"고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윤 장관은 취임 이후 2년간 `설화`가 거의 없을 정도로 신중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런 그가 이같이 나선 것은 청와대와 모종의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이 회장 발언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11일 이 회장 발언이 듣기 거북하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 회장을 정면 겨냥한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윤 장관은 "낙제점을 면할 정도인 경제정책을 구사하는 정부가 있는 나라에서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보나"라고 반문했다. 윤 장관은 "특정 글로벌 기업을 구성하는 구성원만으로 정부 형태나 발전 정도와 관계없이 단독으로 있을 수 있다고 보는지 답변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정 위원장을 두둔하는 발언도 여러 차례 했다.
윤 장관은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초과이익공유제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대해서도 직선적인 비판을 가했다. 윤 장관은 "일부 시장에서는 그런 (침범)현상이 있어서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자제하도록 정부가 독려하고 있지만 아직 원만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박용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