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을 해야 할 금융기관과 유착 관계를 맺어 커다란 물의를 빚은 금융감독원의 낙하산 인사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올해 안에 증권과 보험사 감사 18명의 임기가 끝날 예정인 상황에서 이런 갑작스런 낙하산 인사 취소로 일선에선 적잖은 혼란도 예상됩니다.
천상철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예고도 없이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낙하산 인사 관행에 대해 공정사회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호되게 질책했습니다.
감사가 조직의 비리를 감시하기는커녕 비리를 도왔다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 인터뷰 : 이명박 / 대통령(지난 4일)
- "높은 수준의 급료를 받고 공직자에서의 경험을 은퇴 이후에 나쁜 관습에 합세했다고 하는 것은 나쁜 인상을 국민에게 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금감원은 낙하산 감사를 보내지 않겠다는 내용의 쇄신안을 발표했고 첫 번째 희생양이 나왔습니다.
신한은행 감사로 내정됐던 금감원 이석근 부원장보가 이달 말 열릴 예정인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지 않기로 한 겁니다.
이 부원장보는 "조직과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사퇴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감사 내정자들의 줄사퇴도 예상됩니다.
또 올해 임기가 끝나는 증권(12명)·보험사 감사(6명)는 모두 18명입니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 새로 감사를 보내지도 않겠고, 기존 감사의 연임도 불가능하다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당장 5월 주총을 앞둔 금융회사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낙하산 감사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신한은행 관계자
- "(다음 감사는 감사원 출신일 가능성이 있나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적당한 분을 선임하겠죠."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의 낙하산은 이번 사태로 멈춰지게 됐으나 그 빈자리를 누가 메울 지가 관심사입니다.
그 어느 자리보다 전문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금융기관 감사에 힘의 공백을 틈타 정치권 출신과 같은 비전문가가 무혈입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MBN뉴스 천상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