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두 달 동안 금융권 가계대출은 10조 원 넘게 늘었습니다.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인 가계 빚, 그 원인과 해결책을 이혁준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 기자 】
올해 초까지 구제역은 전국의 가축을 휩쓸었습니다.
돼지 300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삼겹살 등 돼지고기 값은 급등했고, 이는 곧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태풍과 집중호우로 과일과 곡식 작황은 나빠졌습니다.
여기에 세계 경제가 충격을 받을 때마다 요동치는 유가는 기름 값을 들썩이게 했습니다.
소비자 물가는 4%대 고공행진을 했고, 급기야 지난달엔 5.3%로 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가계는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내야 했습니다.
상승세를 탄 전세금은 이사철을 앞두고 서민들의 전세자금 대출을 늘렸습니다.
결국,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대책에도 불구하고 7, 8월 두달 동안 금융권 가계 빚은 비정상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무려 10조 원 넘게 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빚은 가파르게 늘고 있는데, 가계 소득은 제자리란 점입니다.
▶ 인터뷰 : 박승 / 전 한국은행 총재
- "가계 부채는 가처분 소득에 비해 150%입니다.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때 130%였습니다. 한국 가계부채는 미국보다 더 무거운 수준입니다."
국가 경제 규모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높은 수준이고, 계속 증가한다는 점에서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 경기의 더블딥 가능성 때문에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해법으로 제시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기준금리가 연 3.25%로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해 녹슨 칼이 됐지만, 물가 상승과 대출 수요를 잡으려면 금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 인터뷰 : 임형석 / 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연구실
-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정상화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물가불안이나 가계부채 급증세를 완화하려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추고 자금조달비용을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금리 상승에 따른 서민의 이자 부담 증가의 충격을 사회안전망 확충과 일자리 창출, 소득 증대로 완화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다는 점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번 주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녹슨 칼을 새로 벼릴지, 다시 금리 인상에 주저할지 관심이 높습니다.
MBN뉴스 이혁준입니다. [ gitana@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