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서민경제가 바닥을 치다보니 선거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화두로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경제민주화'가 떠오른 건데요.
팍팍한 살림을 살아내고 있는 서민들은 와닿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최은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달 대학을 졸업한 임은경 씨는 공기업 인턴으로 일하면서 취업 준비까지 병행하고 있습니다.
매일 10시간 가까이 잡무에 정신이 없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스펙'에 도움이 되는 인턴직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 인터뷰 : 임은경 / 취업 준비생
- "(입사 지원) 마감 당일이 되면 서버가 다운되니까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서버가 다운될 정도일까…. 그런데 채용 규모 보면 두자리수인데 그런거 보면 힘들겠구나 생각 들죠."
서울 충무로 인쇄골목.
이곳에서 수 십년 째 공업사를 운영하는 김시웅 씨는 대학에 다니는 딸 둘의 등록금 생각만 하면 막막합니다.
주고객인 인쇄소가 파리를 날리다보니 건물이 허물고 비가 새도 좀처럼 수리를 하려고 들지 않아 공업사 운영이 빠듯합니다.
▶ 인터뷰 : 김시웅 / 자영업자
- "고장이 나도 옛날 같으면 제대로 고치는데 요즘은 간단한 보수정도만 하는 형편이죠. 경기가 안좋다보니까…."
옆 골목 식당도 마찬가지.
인쇄소가 2교대 근무할 정도로 바쁠 땐 식사시간이 아니어도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지금은 점심시간에도 한산합니다.
멈춰있는 밥값과 달리 치솟는 재료값은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게 합니다.
▶ 인터뷰 : 이경희 / 자영업자
- "물가는 많이 올랐잖아요. 식당 밥값은 안올라도 물가는 올랐잖아요. 반찬은 가지수 맞춰서 나가야되고 재료는 다 써야하니까 남는 게 별로 없죠."
이처럼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경제민주화' 입니다.
성장의 과실을 고루 분배해 모두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뜻인데, 정치권으로 옮겨붙으며 '재벌해체'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에 국민들도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MBN이 한길리서치와 조사한 결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6%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84%는 대략적인 의미만 알고 있거나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책은 실종된 채 이념논쟁으로 흐르고 있는 셈입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서민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이었습니다.
'재벌때리기' 같은 대기업 압박정책보다는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가 늘어나고, 서민경제가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서민들은 기업이 채용을 늘려 일자리가 늘어나고, 자영업자들도 먹고 살만한 세상을 위한 와닿는 대책을 원하고
"말만 그렇죠 전부다, 형식 상인 것 같아요.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 올때까지는…."
"내 자리 딱 하나만 있으면 되니까. 정말 내가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일자리를 하루 빨리 구할 수 있었으면…."
MBN뉴스 최은미입니다. [ cem@mbn.co.kr ]
촬영기자 : 김 원·김회종
영상편집 : 송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