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톰 크루즈로 대변되는 이 영화의 다섯 번째 이야기가 한국 로케이션 촬영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영화 제목을 있는 그대로만 본다면 ‘못 할 것 없다’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강팔문(59) 한국철도협회 상임부회장은 마치 이 영화 속 주인공인 이단 헌트마냥 ‘미션 클리어(mission clear)’를 위해 사는 해결사로 분한 모습이었다. 지난 27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사 내 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강 부회장은 언제나 미션을 찾으러 다닌다는 말로 요새 유행어인 ‘안녕들하십니까’를 대신했다.
“항상 어느 자리를 가건 또 책임을 맡게 되건 내게 주어진 사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여 아무 부담이 주어지지 않아도 내 스스로 미션을 찾습니다. 그것이 내가 조직에 있어야 할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강 부회장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노력이 자신을 좀 더 힘내게 하고, 나아가 수많은 경쟁체제에서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면서 말이다.
- 지난해 11월 8일에 취임 후 2달여 가 지났다.
▶ 2달이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만 그 사이에 내가 느낀 것은 철도협회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도 산업을 충실히 지원하는 것이 협회의 주 임무인데 지금의 협회는 재정적으로도 인적이나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미흡하다. 때문에 회원사들 입장에서는 협회에 대한 만족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 등산을 하려면 내 스스로 체력을 갖춰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 산을 오르지 않나. 협회가 그런 안내자의 면모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
- 그렇다면 철도협회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
▶ 철도산업에 속해 있는 업체들이 무엇이 필요한 지 먼저 파악해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또 협회의 주인은 당연히 회원사이다. 주식회사의 주인이 주주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부회장 부임하자마자 대외협력팀을 없애고, 회원서비스팀으로 개편했다. 365일 내내 회원을 위한 서비스를 연구하자는 뜻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아직 한계가 있지만 노력의 한 걸음을 디뎠다고 봐 달라.
- 철도협회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 부회장 부임하면서 안 사실인데, 철도 관련 협회가 무려 27개가 넘더라. 철도분야보다 규모가 큰 건설 쪽도 3~4개의 협회에 불과한데, 협회 수가 너무 많다. 세그멘테이션(세분화)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과하게 분산되면 힘을 내기 어렵다. 오히려 업계 자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한국철도협회가 중추적으로 세분화된 협회들을 총괄하고 통합해야 협회의 순기능이 가능하다. 그렇지 못하면 서로 루즈-루즈(lose-lose)게임만 하게 된다. 게다가 법정단체가 단 한 개도 없다는 것에 더 놀랐다. 하루 빨리 우리 협회가 철도산업기본법에 들어가 법제화가 돼야 한다.
- 철도협회가 법정단체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 철도업계의 힘을 기를 수 있다. 동력을 장착하게 되는 것이다. 법정단체가 되면 업계를 대변해 정부의 각종 정책 입안 단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니 업계의 힘이 그만큼 실리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것이 최근 철도산업의 해외진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초기비용 지원이 필요하나 그럴 수가 없다.
강 부회장은 철도협회의 법정단체 진입이 무엇보다 중요한 선결과제라는 점에 목소리를 높였다. 당연히 그 핵심은 철도산업의 발전이었다. 나아가 국내에만 국한하지 않고, 해외진출을 해야 국가의 미래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며 그 중추적 역할을 철도협회가 일궈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우리 기업의 해외철도 수주 확대를 위해 정부, 기업, 협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 현재 우리나라의 철도 관련 기술은 선진국의 70% 수준이다. 하지만 IT를 접목한 운영기술은 세계가 놀랄 정도다. 이런 분야의 강점을 살려 기업들은 창의적인 신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세계 철도시장의 흐름인 국가대항전 양상에 발맞춰 정부는 업계 전반에 선의의 경쟁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협회에서도 철도 핵심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국내 철도인의 교육 역량과 정책지원 역량을 강화한 뒤 장기적으로 해외수출과 관련된 업계의 에너지를 모아 성과를 도출해 내는 비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철도산업의 해외진출을 대비한 협회의 역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해외에 철도산업이 진출하려 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것이 인적 인프라라고 한다. 소위 말하는 석•박사급의 고급인력 유무 등이 그 기준에 포함된다. 휴먼리소스(human resource)의 중요성을 따진다는 얘기인데, 그래서 협회는 지난해부터 ‘철도 특성화대학원 지원사업’을 통해 석‧박사급 전문 인력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철도대, 교통대, 우송대, 카이스트 등 여러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해외철도 전문 인력의 실무형 인재 양성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국제철도 전문가양성’도 준비 중이다.
- 해외 뿐 아니라 내부경쟁력을 다지기 위한 협회의 교육상황은 어떤가.
▶ 중요한 지적이다. 업계 스스로 결속력을 다지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 힘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철도산업 종사자나 임원을 포함한 CEO들을 대상으로 ‘철도산업 최고 경영자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서로 협력체를 구성해 다양한 방면으로 네트워크를 만들면 분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양질의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성장을 돌이켜보면 모두 휴먼리소스를 통해 이룩한 것이듯 철도산업도 반드시 인적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
- 그런 면에서 이력이 대단하다. 일반직 공무원 최초로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비결이 무엇인가.
▶ 내가 고시에 불합격하리라는 생각을 0.1%도 해본 적이 없다. 터무니없는 확신일 수도 있었겠지만 난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이룬다는 나만의 확신,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그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달성해왔다. 어떤 일을 할 때 좌절을 맛보게 되면 흔히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결국 애초에 생각했던 목표에 대한 미련이 남게 돼 그 미련을 채우는데 회복시간이 많이 걸린다. 목표를 정하기까지는 신중하게 하고 그것이 정해지면 반드시 이루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자세를 나는 추구하고 있다.
강렬한 한마디였다. 흡사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를 떠올릴 만큼. 그래서일까. 목표가 정해지면 반드시 이룬다는 강 부회장이 세운 2014년 한국철도협회의 비전이 새삼 궁금해졌다.
“올해 한국철도협회는 회원의 권익증진을 통한 상생협력으로 철도협회 지속발전 기반 조성의 해로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효과적인 회원사 지원을 위한 협회의 역량강화, 맞춤형 회원서비스 확대, 해외철도시장 진출지원, 회원과 함께 미래를 여는 교육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지금은 대한민국 철도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에 놓여있습니다. 우리 협회가 세계 속의 한국철도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입니다.”
■ 강팔문 한국철도협회 상임부회장은…
△1956년 출생 △익산 남성고,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 영국 버밍햄대 지역경제학 석사 △경원대 행정학 박사 △1979년 행정고시 22기(일반직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 사진=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