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법과 제도상의 문제 때문에 재계 혼자만의 힘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보도에 함영구 기자입니다.
우리은행에 이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검토중이라고 알려진 신세계 백화점의 식품코너입니다.
계산대를 지키고 있는 검은색 제복을 입은 신세계 백화점 사원 대부분은 비정규직입니다.
신세계백화점 비정규직 직원의 하루 근무시간은 6시간, 주 36시간 근무를 하며 100만원 안팎의 비교적 낮은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회사차원에서 논의중이란 소식에 신세계백화점 비정규직 직원들은 숨겨왔던 기대감을 드러냅니다.
인터뷰 : 김순정(가명)/신세계백화점 비정규직원
-"(전환이 되면 훨씬더 좋은 처우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을 갖고 있나요?) 가지고 있죠."
이곳에서 7년동안 근무했다고 밝힌 한 여성 비정규직원은 정규직 전환 소식이 회사근무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 최선정(가명)/ 신세계백화점 비정규직원
-"제 생각에는 더 좋게 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 했습니다.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이같은 기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임금 문제입니다.
현재 100만원 안팎의 임금을 정규직 수준으로 올리자면, 회사측이 부담해야 하는 임금은 매년 1천억원 정도가 늘어납니다.
여기에 자녀 교육비 지원 등 정규직 수준의 복리후생을 생각하면 추가비용은 두배 가까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와함께 신세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하루 6시간 근무제를 8시간 근무제로 바꿔야 합니다.
그동안 구축했던 근무 시간과 근무 형태의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인터뷰 : 신세계 관계자
-"하루 6시간 근무할때는 문제가 없어요. 왜냐하면 계산대 근무를 시킬때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 집중적으로 베치를 시킵니다. 근데 8시간이 되면 손님들이 안오는 시간에도 세워놔야 합니다."
이같은 문제때문에 신세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의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직후 서둘러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 신세계 관계자
-"우리는 발표한 적도 없고,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서는 롯데나 현대나 홈플러스나 다 검토하고 있는 중이고, 우리도 할 이야기가 별로 없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이같은 어려움은 신세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정규직 전환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됐을 경우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욱 커지고 다양해집니다.
우리나라 전체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540만여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정규직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 수준인 190만원까지 인상해 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매년 46조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합니다.
여기에 정규직의 복리후생 비용까지 합치면 추가비용 부담액은 100조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 김동욱 /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팀장
-"기계적으로 모든 직원을 정규직화 시킨다면 인건비 부담을 그대로 기업이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인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재계는 엄청나게 늘어나게 될 비용을 노사정이 함께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동계는 정규직 직원들이 임금을 내리는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비정규직법안의 시행 이전에 임금과 복리 후생에 대한 정부차원의 제도 마련과 지원대책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 전 무 / 대한상공회의소 노사인력팀장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비정규직으로 충분한 자리까지 정규직이 차지하기 때문에, 정규직의 과보호가 예상되면서 경영상의 문제로 인원조정을 하고자 할 때 어려움을 겪을 것이 우려되고.."
이밖에 직무형태에 따라 신분의 높낮이를 평가하는 현재의 비정규직과 정규직에 대한 의식전환도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 함영구 / 기자
-"이미 우리사회 깊숙히 뿌리내린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해결해야 할 이 시대의 숙제로 남았습니다. mbn뉴스 함영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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