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하다. 초코파이 하나로 피어나던 정(情)은 언제부터인가 사라졌다. 편의를 위해 찾는 대형마트는 딱 정량만을 제공한다. ‘인상 좋게 생겼네, 오늘 그냥 기분이 좋아서, 우리 딸이 백일장에서 상을 받아서’ 등의 사람 사는 냄새를 동반한 ‘덤’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 약방의 감초처럼 지글지글 소리에 뽀얀 연기를 내뿜으며 발길을 사로잡던 떡볶이와 어묵, 그리고 국화빵 등이 군침을 돌게 하던 그 재미도 누릴 수가 없다. 각박하다.
하지만 이런 예전 추억일 것 같은 분위기를 또 그 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다행히 아직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 이제 손으로 꼽을 만큼 정도만 남아 있는 전통시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북적북적 사람들로 정신없지만 그 속에 진한 사람냄새가 배어 있고, 와글와글 오고가는 대화 속에 따스한 정이 샘솟는다.
거창하게 여행이라고 하지 않고, 잠시 여유가 생길 때 근처 전통시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경기도에 가볼만한 전통시장 4곳을 소개한다.
◆ 수원의 골목시장 못골시장 = 수원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은 화성의 팔달문(남문)과 수원천 주변에 밀집해 있다. 그중 못골시장은 작은 골목시장이지만 채소와 생선, 반찬과 떡 등 다양한 상품과 풍부한 먹거리로 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시장이다. 전통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장상인들이 직접 진행하는 ‘라디오스타’도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한 케이블 방송에서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떠난 못골시장 아주머니들의 여행이 방송되며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주머니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치루고 있다. 바로 옆 ‘미나리광시장’에는 채소와 생선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며 ‘지동시장’에는 정육점, 건어물 등 상점과 순대타운이 들어서 있다.
▶ 먹거리 1. 지동시장 순대타운 순대볶음 = 순대와 여러 가지 채소를 푸짐히 넣고 당면과 매콤한 양념을 더해 철판에 볶는 순대볶음은 다양한 연령층에 사랑받는 음식이다. 안주로도 좋고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도 좋으니 친구는 물론 가족과 함께 찾아도 좋다. 쫄깃한 곱창이나 오징어를 함께 볶아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으며 구수한 순댓국 또한 인기메뉴이다. 지동시장 순대타운에는 30여 곳의 순대볶음 식당이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단골손님을 유지하며 성업 중이다. 순대볶음은 8000원, 순대국밥은 6000원에 맛볼 수 있다.
▶ 먹거리 2. 수원통닭골목 옛날통닭 = 수원시민들이 ‘치킨사거리’로 부르며 즐겨 찾는 골목으로 40년 전통의 통닭집들이 모여 있다. 이곳의 통닭은 가마솥에 튀기는 옛날방식으로 바삭하고 고소하다.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당연히 줄을 서야 하지만 통닭 맛은 그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줄만하다. 푸짐한 양에 모래집과 닭발을 서비스로 올려주면서도 가격 또한 저렴하다. 닭 한 마리 그대로가 튀겨 나오는 옛날통닭이 1만3000원, 치킨집에서 흔히 보는 후라이드 역시 1만3000원, 양념통닭이 1만4000원이다.
▶ 주변여행지. 정조대왕의 꿈 화성박물관 = 수원화성과 정조시대 문화의 우수성을 심도 있게 재구성한 전문 박물관이다. 화성축성실, 화성문화실, 화성과 관련된 야외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화성의 건축 과정과 군사적 기능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어린이 체험실과 교육실을 운영하며 기획전시실에는 화성과 연관된 주제로 특색 있는 기획전시를 연중 진행한다.
◆ 광명시의 랜드마크 광명전통시장 = 광명전통시장은 평일에도 낮부터 밤까지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활기찬 시장이다. 광명사거리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오일장에서 지금은 400여개의 점포의 상설시장으로 전국 7위 규모로 발전했다. 지역농가에서 재배한 싱싱한 채소, 인접한 포구에서 공급된 수산물, 100% 국산 재료를 사용하는 떡갈비 등 품질 좋은 농산물과 안전한 식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소문나면서 광명시민은 물론 이웃 도시의 주민들까지 애용하는 경기도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칼국수, 빈대떡 등 맛있고 저렴한 먹자골목 또한 광명시장의 자랑이다.
▶ 먹거리 1. 절반의 가격 두 배의 맛 홍두깨칼국수 = 직접 밀어서 만든 맛있고 푸짐한 손칼국수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 음식점이다. 탄력 있게 잘 삶은 면에 진한 멸치육수가 어울려 담백하고 개운한 칼국수는 커다란 냉면그릇 가득 담겨 나오면서 단돈 3000원이라는 믿기 힘든 가격이다. 도톰한 중면을 사용하며 칼칼한 맛의 1500원 잔치국수도 인기메뉴이다.
▶ 먹거리 2. 지글지글 빈대떡의 유혹 할머니빈대떡 = 커다란 불판에 두툼한 빈대떡이 쉴 틈 없이 부쳐지면서 고소한 향이 주위에 가득 찬다. 녹두를 갈아 다진 채소를 넣은 빈대떡도 훌륭하지만 따뜻하게 갓 부쳐내는 이집의 해물파전, 김치전 등 모두 맛이 좋다. 빈대떡을 위해 일부러 장을 찾을 만큼 인기 좋은 집이며 25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시장상인과 오래된 단골손님들의 사랑방으로 애용된다. 더구나 빈대떡 3000원, 해물파전 7000원, 모듬전을 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 주변여행지. 광명 광명가학광산동굴 = 가학광산동굴은 아연과 구리 등을 채굴하던 폐광산으로 근래에는 소래포구의 젓갈을 보관하던 창고로 사용되던 것을 광명시 매입해 수차례의 안전 보수작업과 시설물설치작업으로 동굴을 정비해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동굴이라는 특별한 공간에 3D영화를 상영하고 문화예술공연의 울림을 더하는 감성적인 접근이 시민들에게 공감을 얻으면서 단기간에 40만 명이 방문한 수도권 최고의 관광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 情에 취하고 맛에 취하는 양평물맑은시장 = 볼 것 많고 먹을 것 많은 양평에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전통시장이다. 양평군내에는 5곳의 재래시장이 있는데, 그 중 양평물맑은시장이 사람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다. 200여 년의 역사와 함께 규모 또한 제일 큰 양평시장은 양평역 주변으로 조성돼 있어 전철여행 코스로도 제격이다. 양평시장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매 달 3일과 8일에 열리는 5일장이 서는 날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구수한 인심과 정을 느끼고, 다양한 장터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목소리 높여 값을 흥정하고, 덤으로 한 줌 더 얻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주 토요일 개장하는 주말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 장터로 신선하고 품질 좋은 농·특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 먹거리 1. 청해식당 선지해장국 = 조선시대부터 선지와 내장으로 끓인 양평해장국은 한양에 이름날 정도로 유명했다. 양평에 왔으니 해장국을 맛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양평시장 내 위치한 청해식당은 테이블이 4개 밖에 없는 작은 식당이지만 33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양평시장의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인기 메뉴는 단연 선지해장국이다. 푹 고아낸 사골육수에 싱싱한 선지와 내장, 우거지, 콩나물 등을 넣고 끓여낸 국물 맛이 진국이다. 선지해장국과 청국장 김치찌개가 모두 5000원.
▶ 먹거리 2. 몽실식당 도래창 = 양평시장의 맛집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몽실식당이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독특한 메뉴로 유명한 집이기도 하다. 도래창이라는 메뉴가 바로 그 주인공. 신경세포, 모세혈관, 지방으로 이루어진 돼지의 장간막을 도래창이라 한다. 돼지 한 마리에서 1인분 밖에 나오지 않는 부위로 식감이 뛰어나고 다양한 음식이 어우러진 듯 오묘하고 신비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흑돼지스테이크 또한 인기 메뉴 중 하나다. 버섯도래창과 흑돼지스테이크는 9000원, 김치국밥은 5000원이다.
▶ 주변여행지 1. 양평레일바이크 =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기지개를 켜고 싶다면 레일바이크를 추천한다.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자연 속을 달리다 보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앙선 폐철로를 이용한 레일바이크는 용문에서 원덕까지 왕복 6.4km의 구간을 15~20km의 속도로 달리게 되며,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파릇파릇 피어나는 연둣빛 봄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낭만을 즐기기에 좋다. 1시간 3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2인 커플용이 2만 원, 4인 기준 패밀리용이 2만9000원, 2인승 전동바이크가 3만 원이다. 다가오는 3월~4월에는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5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 주변여행지 2. 영화 속 낭만을 간직한 구둔역 = 인적 드문 작은 마을 언덕바지에 조그만 기차역이 하나 있다. 바로 구둔역이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으로, 시골 간이역의 추억과 향수를 느끼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만 가끔 있을 뿐이다. 또한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수지와 이제훈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해져 연인들이 찾아오곤 하지만, 먼지만 쌓여가는 쓸쓸한 간이역은 그저 애틋하게만 느껴진다.
◆ 활기찬 기운이 맴도는 용인중앙시장 = 용인중앙시장은 60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이다. 760여 개의 점포를 갖춘 상설시장으로 싱싱한 채소와 과일은 물론 산지에서 공수된 수산물과 축산물, 곡물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특히 순대골목과 떡골목, 잡화골목은 별도의 특화 골목으로 형성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중앙시장은 사람 사는 냄새로 언제나 활기찬 기운이 넘쳐난다. 고려시대 김량이라는 사람이 처음 장을 열었다고 해 김량장으로 불렸던 용인5일장은 ‘0과 5일’에 장이 서며, 중앙시장을 중심으로 금학천변을 따라 펼쳐지는 제법 큰 규모의 장이다. 생기 넘치는 장터거리를 거닐다 보면 엿장수의 흥겨운 장단에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매주 토요일에는 알뜰장터가 열려 친환경 농산물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즐겨 찾는 사람이 많다.
▶ 먹거리 1. 순대골목 토종순대 = 용인중앙시장에는 시장의 역사와 함께해온 골목이 있다. 바로 순대골목이다. 용인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알려질 만큼 유명한 순대골목에는 순대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중앙시장의 순대를 맛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용인의 순댓국은 돼지고기와 머리고기 대신 곱창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양배추, 양파, 찹쌀, 당면 등을 갖은 양념에 재워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토종순대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게 섞이는 맛이 일품이다. 순대국밥은 6000원~7000원, 토종순대는 1만3000원~2만 원, 곱창볶음(전골)은 2만 원~3만 원에 맛볼 수 있다.
▶ 먹거리 2. 일미분식 수제만두 = 일미분식은 만두전문점이다. 만두피를 직접 밀어 손으로 빚어내는 수제만두집으로 유명하다. 또한 만두소에 자투리 고기와 지방이 섞여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기를 절대 갈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얇은 만두피의 쫄깃함과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30여 년을 같은 자리를 지키며 한결 같은 마음으로 만두를 빚어내는 주인장의 마음씨가 만두에 고스란히 배어든 듯하다. 고기•김치만두가 4000원, 만둣국과 칼 만둣국 모두 6000원.
▶ 주변여행지. 남북통일 기원 도량 와우정사 = 와우정사는 실향민인 해곡스님이 통일의 염원을 담아 지은 사찰이다. 여느 사찰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이곳은 세계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 매경닷컴 여행/레저 트위터_mktour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