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최근 팬택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 48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내놓으면서 이통사에 1800억원의 출자전환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팬택이 이통사에게 갚아야 할 돈을 팬택의 주식으로 대신 받으란 얘기다. 채권 중 900억원은 SK텔레콤이, 500억원은 KT가, 400억원은 LG유플러스가 갖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통사는 총 1800억원과 휴대전화 재고 문제를 떠안게 된다. A/S 서비스에 대한 우려로 남은 팬택 단말기 판매는 헐값에 팔리거나 어려울 수 있다.
이통사가 출자전환에 나설 경우 감자를 피하기 어렵게 돼 원금 회수가 사실상 어렵다. 채권단이 그간 팬택의 매각 가능성을 주창해온 만큼 매각 시 감자를 거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재무구조 개선방안에도 10대 1의 감자가 포함돼 있다. 지난 1차 팬택의 워크아웃을 비롯해 지난해 단행된 무상감자로 1차 워크아웃 이전 팬택 주주의 재산은 약 100분의 1로 줄었다. 매각을 앞두고 비슷한 시나리오가 진행될 경우 이통사 손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팬택은 현재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을 진행 중이다. 산업은행 외 농협, 우리은행, 신용보증기금, 하나은행, 수출입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대구은행 등 9개 금융기관이 채권단으로 있다. 이통 3사가 출자전환할 경우 채권단 역시 3000억원을 출자전환케 된다. 채무를 주식으로 변환할 뿐 새로운 자금투입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신규투자가 없다는 점에서 팬택의 매각 가능성엔 더욱 무게가 실린다. 이번 출자전환으로 2차 워크아웃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팬택이 지속적인 적자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팬택의 기업가치는 3824억원으로 창산가치인 1895억원보다 높다. 이번 개선방안이 무산될 경우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사실상 청산이 예상된다.
채권단이 이통사의 협조를 전제조건으로 내건데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가 이통사의 출자전환 동참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에서 이통사가 선뜻 한쪽을 선택하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느쪽으로든 피해가 예상되는데다 출자전환을 하지 않아 팬택이 청산될 경우 그 무게를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자전환해 팬택의 주주로 들어가기에도 재무 안정성을 비롯해 매각 가능성 등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간 협의에서 누가 먼저 '어떻게 하자'고 말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며 "수조원씩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는데 1800억원 때문에 그러냐는 비판도 받지만 가능성 있는 투자인가에는 회의적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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