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상표권 관리 실태 심각…특허청 칼 든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항공업에 진출하면서 '현대항공'이란 이름의 계열사를 만들 수 있을까? 결론은 '불가(不可)다'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현대자동차항공'이라는 이름을 써야 한다.
20일 특허청이 공개한 '대기업 상표관리 정상화를 위한 상표심사지침'이에 따르면 앞으로 대기업 그룹 명칭이 들어간 상표는 관리회사가 일괄적으로 관리하면서 출원해야만 등록을 받을 수 있다. 대기업들이 그룹 명칭을 포함한 상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바람에 브랜드 가치 하락·소비자 혼동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례로 범 현대그룹을 보자. 이제는 별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상선·중공업·백화점·해상·산업개발 등 총 6개 그룹이 '현대'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소비자들은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현대해상 계열)과 현대자산운용(현대상선계열)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런 문제점을 잡겠다는 것이다.
이에 특허청은 앞으로 같은 그룹 계열사 간이라도 법인이 다르면 완전히 별개 회사로 보고 상표권을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 집단이 스스로 상표권 관리 체계를 정비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그룹 계열사라도 개별 회사 상표등록 때 그룹명을 사용할 수 없다.
다만 계열사간 합의를 통해 한 회사가 상표를 관리하도록 이전하면 종전처럼 그룹명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특허청에 따르면 삼성, LG, CJ, KT, SK, GS 등이 이런 방식으로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 대림, 대성, 대우, 동부, 롯데, 현대 등은 상표권이 분산돼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박성준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대기업 그룹의 2·3세 경영 가속화로 지배구조가 복잡해지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관행이 지속된다면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이런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새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