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주와 막걸리, 블렌디드 위스키 등의 매출이 크게 줄어 국내 주류업계가 심각한 불황에 허덕이는 가운데 유독 예외인 주종이 있어 주목된다. 바로 수입와인과 수입맥주다. 폭탄주 문화가 빠르게 줄어들고 순한 맛의 주류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주류 강자와 약자가 뚜렷이 구분되고 있다.
2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와인 수입액은 총 1억8238만6000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물량도 3만3000t을 넘어섰다. 국내 와인 수입액은 지난 2007년 처음 1억달러를 돌파한 후 2008년 1억6600만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09년 유럽발 세계 금융위기로 수입액은 1억1200만달러로 뚝 떨어졌다.
지난 1987년 국내 민간업체의 와인 수입이 처음 허용된 이후 와인 수입액은 매년 증가했으며 단 두 차례만 하락세를 기록했다. 바로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부족 사태와 2009년 세계 금융위기였다. 그같은 외부 경제요인만 아니면 와인 수입액이 매년 늘어난 점도 국내 와인 소비층의 꾸준한 증가세를 잘 보여준다.
국내 와인 소비가 탄탄한 이유도 다양하다. 우선 수입국이 최근 들어 더욱 늘어났다. 애초 프랑스 와인이 국내 시장을 개척했지만 이후 유럽 중에서도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다양해졌고 신대륙에서도 미국과 칠레 중심에서 최근 뉴질랜드와 호주 등으로 넓혀졌다.
특히 앞으로 호주 와인이 무섭게 치고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져 눈길을 끈다. 지난달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수입 와인에 붙던 15% 관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와인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칠레, 미국 와인에 호주 와인까지 가세하면 올해 수입업체마다 가격 할인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와인 1차 빅뱅기로 불리는 2000~2008년에는 40대 남성 고객이 많았지만 2차 빅뱅기인 2012년부터 여성이나 20~30대 젊은층이 와인을 즐겨 찾는 점도 최근 와인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와인 수입업체 아영FBC의 이철형 대표는 "소비자들이 과거엔 유명하다고 소문난 와인만 마셨지만 요즘은 선입견 없이 일단 마셔보고 자기 입맛에 맞으면 좋은 와인으로 평가하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와인 제품 용량이 점차 소형화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750㎖ 병만 선호하던 추세에서 최근에는 375㎖나 187㎖ 소용량도 즐겨찾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아영FBC 마케팅팀 관계자는 "싱글족이나 건강을 고려하는 애주가들이 늘면서 한 번에 다 마시기 부담스러운 양보다는 소용량 와인이 선호되고 있다”고 전했다.
와인과 함께 승승장구하는 분야는 수제맥주를 중심으로 한 수입맥주다. 소규모 양조장이 자체 개발한 레시피에 따라 만드는 수제맥주는 미국을 중심으로 최근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이로써 지난해 국내 맥주 수입액은 사상 처음 1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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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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