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체들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을 계기로 보조금 경쟁이 줄어 실적 개선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작 실적 발표가 다가오면서 기대치가 점점 낮아지는 모습이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23일 LG유플러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29일에 SK텔레콤, 30일에 KT가 지난해 4분기 성적표를 내놓는다. 지난해 10월 1일 단통법 체제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이통사들의 영업 실적이 드러나는 셈이다.
FN가이드가 집계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총 81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06억원보다 80.3%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SK텔레콤의 4분기 영업이익은 49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하는 반면 지난 2013년 4분기 1840억원의 적자를 냈던 KT는 1479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LG유플러스는 올 4분기 영업이익이 1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1%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통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전년 동기 대비 4분기 영업이익 증가폭 3620억원 가운데 3319억원이 KT 한 곳의 이익 증가분이다. KT가 적자를 낸 2013년 4분기는 황창규 회장의 취임 직전이었다.
증권가의 영업이익 예상치도 하향 곡선을 그려 왔다. 실적 기대감이 점차 낮아졌다는 의미다. 증권가의 이통3사 합산 영업이익 예상치는 지난달 말 9562억원에서 불과 1개월도 안 된 현재 8126억원으로 15.0% 떨어졌다.
당초에는 단통법 시행의 최대 수혜자를 이통사로 꼽았다. 이통사들의 과당 보조금 경쟁이 사라져 마케팅 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이익이 자연히 늘어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에게 제공하는 이통사의 지원금은 줄었지만 유통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가 늘면서 마케팅 비용 감소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지난 11월에 '아이폰6 대란'이 터졌고, 지난 주말에도 시장 과열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의 대란의 진원지로 모두 유통점 리베이트가 지목되고 있다.
또 통신사들이 단통법에 중도해지 위약금 면제 요금제를 내놓고 멤버십을 강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관련 일회성 비용도 발생한 점도 실적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통신사 실적의 최대 관전포인트 가운데 하나인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의 상승세도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통법 시행 이후 고가 요금제 가입 비중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위축된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가입자당 유치비용(SAC)이 상승했기 때문에 4분기 실적은 전년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전망했다. 양 연구원은 "4분기 이동통신 개통 수는 전분기 대비 약 17% 감소했지
이어 "마케팅비용 감소는 번호이동 시장 축소와 난립해있는 유통망의 감소를 통해 점진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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