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으로 위장해 공공입찰에 참여하던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중소기업청은'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시장에 참여 중인 3만여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삼표와,케이씨씨홀딩스, 유진기업, 쌍용양회공업, 한글과컴퓨터, 다우데이타 등 19개 기업이 설립한 26개 위장 중소기업을 적발했다고 28일 밝혔다.
국내 공공 조달시장은 2013년 기준 113조원 규모로, 이 중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시장은 약 20조원 규모에 달한다. 중기청장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면 정부 등 공공기관의 조달계약 입찰 시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 현재 가방, 책상, 의자 등 207개 제품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있다.
이들 기업이 지난 2년간 위장 중소기업을 통해 공공 입찰시장에서 따낸 납품계약 금액은 1014억원(2013년 474억원, 2014년 540억원)이었다.기업별 납품규모는 케이씨씨홀딩스(475억5000만원)가 가장 많았고 삼표(252억1000만원), 유진기업(88억5000만원), 쌍용양회공업(59억9000만원), 다우데이타(55억70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위장 중소기업 수는 삼표가 알엠씨와 유니콘(대전·광주공장), 남동레미콘(광주·연천공장) 등 5개로 가장 많았다. 팅크웨어는 비글과 파워보이스 등 2곳을, 다우데이타가 미래테크놀러지와 다우인큐브 2곳을, 유진기업이 남부산업 화성공장과 아산공장을 각각 위장 중소기업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장 중소기업들의 유형도 다양했다. 중견·대기업이 위장 중소기업의 대표나 등기 임원의 50%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경우가 9건으로 34%를 차지했으며,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면서 최대 출자자로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사례도 8건(31%)에 달했다. 납입자본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모기업으로부터 받고 있거나, 대표나 임원이 중소기업의 대표나 임원을 겸임하는 사례도 많았다.
업종별로는 위장 중소기업의 35%가 소프트웨어 개발 업종에 집중되어 있어, 83%가 레미콘 업종에 집중됐던 지난 2013년과 차별화를 보였다.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따라 중견·대기업의 20억원 미만 소프트웨어 발주 입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기청은 이번에 적발한 위장 중소기업을 공공기관에 통보해 공공 조달시장에서 퇴출토록 하고, 중소기업 확인서를 허위나 거짓으로 발급받은 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한편 유진기업은 이번 중기청의 발표에 대해 "대기업과 계열사가 같은 업종인지 상관없이 대기업과 지배·종속관계에 있는 업체는 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없도록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의 개정법이 시행된 작년 9월 이후 조달청 입찰에 참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기청은 "유진기업은 작년 3월 법이 개정된 지 한 달 후에 중소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아 입찰에 참여했으며, 개정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중소기업
최수규 중기청 차장은 "위장 중소기업 실태조사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구축의 일환"이라며 "공공 조달시장의 질서를 교란하는 기업을 영구히 퇴출해 정직한 중소기업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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