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분자 탄생의 순간을 실시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기초과학연구원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이효철 카이스트 교수 연구진은 원자끼리 만나 분자를 이루는 화학결합의 순간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권위의 저널 네이처에 지난 18일 게재됐다.
연구진은 화학결합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평소에는 가까운 거리에 흩어져 있다가 레이저(빛)를 쏘면 반응해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금 삼합체(gold trimer, 동일한 분자 셋이 결합한 생성물)를 실험모델로 정했다.
원자가 생성되는 화학결합의 순간을 관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원자의 크기는 지름이 1옹스트롬(1억분의 1센티미터)에 불과한데다 화학결합은 1조분의 1초라는 '찰나'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를 관찰하기 위해 펨토초 엑스선 펄스라는 특수 광원을 이용했다. 짧은 시간동안만 빛이 방출되는 형태를 펄스라고 하는데 펨토초 엑스선 펄스는 1000조분의 1초(펨토초) 동안만 엑스선이 방출되는 것을 말한다.
연구진은 펨토초 엑스선 펄스를 이용해 광반응에 따른 금 삼합체의 원자 구조 변화를 엑스선 회절 이미지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물질에 엑스선을 쏘면 각각의 원자로부터 산란파가 발생하는데 이들이 서로 간섭현상을 일으키며 엑스선이 특정 방향으로 진행하게 된다. 원자의 종류와 배열에 따라 진행방향이 달라지므로 이를 관찰하면 분자의 삼차원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연구진은 향후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활용해 단백질의 탄생 순간과 단계별 구조 변화를 밝히는데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단백질 반응의 제어, 질병 치료, 신약 개발 등에 필요한 기초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효철 교수 연구진은 2005년 분자결합이 끊어지는 과정을 밝혀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한데 이어 10년만에 분자의 결합이 이뤄지는 과정까지 관측하는데 성공하면서 화학반응의 시작과 끝을 밝혀내는 쾌거를 이루게
이효철 교수는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통해 화학결합의 관측 외에도 펨토초 시간대의 분자의 진동, 회전 등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연구진이 세계 과학계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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