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로 내렸습니다.
1950년 한국은행이 설립된 이후 64년 만에 처음 1%대 금리로 접어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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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금리 인하 / 사진 = MBN |
이주열 한은 총재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주열 / 한국은행 총재
- "금통위는 최근의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결과, 성장세가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 상승률도 더 낮아질것으로 예상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생각보다 경기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우리 경제는 사실상 디플레이션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감소했고, 광공업생산은 3.7%나 줄어 6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52%로 3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며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를 보였습니다.
성장률은 떨어지고, 물가는 마이너스 상승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경제활력이 깊은 불황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징후입니다.
정부가 그동안 부동산 등 각종 경기 부양책을 썼지만 백약이 무효일 정도입니다.
최근 부동산 거래가 늘면서 조금씩 활력이 돋고 있지만, 그 역시 전세난에 어쩔 수 없이 집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빚내서 집 사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이런 불안감을 씻어주기 위해 한국은행이 분명한 시그널을 시장에 줄 필요는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측면만으로 이번 금리 인하를 설명하기는 뭔가 부족해보입니다.
정치적 외부 압력때문입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주열 / 한국은행 총재
- "현재 통화정책 기조는 실물경기를 제약하는 수준이 전혀 아니다."
이 총재는 취임 직후 꾸준히 '깜짝 금리 결정'은 없다며 통화정책에 있어 충분한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을 한만큼 이번 달 역시 동결을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렸습니다.
깜짝 금리 결정인 셈입니다.
왜 일까요?
경제 외적인 요인이 작용했을까요?
사실 이번달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목소리는 한국은행 밖에서 수시로 들려왔습니다.
최경환 부총리 역시 금리인하를 압박한 사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경제부총리(3월4일)
- "저물가 상황이 오래가서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참 큰 걱정을 하고 있다."
정치권도 압박을 가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 "미국에 이어 일본 중국 유로존까지 양적 완화를 시행해 사실상 전 세계가 통화전쟁, 환율전쟁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 경제만 거꾸로 갈 수 없다."
김 대표는 경제전문가 이상으로 아주 직접적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1.9%를 기록해 연 2.0%인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으며, (금융시장에선) 금리인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경제부총리와 여당 대표의 이런 공개적 압박은 한국은행 총재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웠을 법합니다.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지만, 이제 그렇게 믿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저 정부 정책 당국자들과 보조를 맞추는 기관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울산 민생현장을 방문하고 있던 김무성 대표는 금리인하 소속을 듣고 환영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 "울산은 수출경쟁력이 제일 중요한데, 세계 환율전쟁 속에 울산 수출이 위축돼서 울산 경제에 어려움 있었다. 환율과 직결되는 한국 기준금리가 오늘 1.75%로 인하됐으며, 사상 최초로 우리 기준금리가 1%대로 진입하게 됐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와 여당이 금리인하가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반면, 야당은 가계부채와 한은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했습니다.
▶ 인터뷰 : 김영록 /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 "정부와 새누리당의 압박으로 이루어진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는 우리경제의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아울러 이번 정부와 여당의 금리인하 압박은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매우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점을 함께 밝힌다."
야당은 금리인하 효과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증가와 전월세가 폭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빚내서 집사라는 식의 땜방식 조치들로는 우리 경제를 살리는 실질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수출 대기업 위주의 경제패러다임을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살리고 중산층과 서민층의 소득을 올려 내수를 살릴 수 있는 소득주도 경제성장 패러다임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았습니다.
정치권에서 이처럼 금리결정에 대해 논평을 내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어쨌든 금리인하 효과에
경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나, 그 관심이 도를 넘어 관치와 정치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조금 더 자중하고 한국은행과 금통위원들의 판단을 존중했으면 합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